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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4주년] 정만기 무협 부회장 "美 바이든 정책, 韓 공급망 구축에 기회…동참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6 06:00

대담 : 송영택 산업부 부국장

정리 : 김아름·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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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최근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행보는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이승주 기자] "미국 바이든 정부의 최근 행보는 ‘보호무역주의’ 라기 보단,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한 자국 산업 키우기. 즉, 동맹국의 산업 육성 또는 원료 부품 소재 산업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 나쁜 현상으로 보기 보단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진행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의 행보와 우리나라 기업들이 취해야 할 자세로 이같이 말했다.

정 부회장은 "현재 중국은 유럽연합(EU)과 미국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여건이 된 상태"라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상대국 입장에선 당연히 자국과 우방국의 인프라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인데, 이걸 우리는 보호무역주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우리로선, 미국과 EU의 정책으로 공급망이 세계적으로 구축되는 셈이다. 원자재나 부품 공급망이 폭 넓게 갖춰지게 되면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여유가 생긴다. 이후 가장 효율적이며 생산성이 높은 곳을 찾게 된다. 이 흐름이 지속되면 5∼10년 뒤엔 자유무역체제로 재편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 기업들은 잘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의 향후 계획에 대해 "수출입 관련 애로를 잘 파악해 정부 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이 무협의 큰 과제 중에 하나"라며 "최근에 금리가 높은 상황 속 2차 보전사업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무협의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수 있도록 많은 애로 사항을 수집해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날 노동비용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혁신과 연구개발(R&D)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또 세제 지원과 R&D 인력에 대해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만기 부회장과 일문일답.

-최근 글로벌 자유무역이 퇴조하고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워야 하는 전략은 무엇인가.

▲전 세계로 놓고 보면 일단 자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경향성이 있는 건 맞다. 실제로 2010년부터 GDP에서 세계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증가하다가 최근 꺾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 보니 GDP 성장률에 비해 교역증가율이 위축되는 흐름이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7∼3%로 전망되고 있는데, 교역증가율은 1∼2% 정도로 예측된다.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자면, 하나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있다. 1990년대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8% 정도 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2.9%, 미국은 15%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의 시장점유율이 15%로 껑충 뛰었다. 반대로 미국은 소폭 낮아졌다. 미국에 있어서 중국이 대등한 실력자로 등장한 셈이다. SCI 논문 등에서도 논문의 질을 대표하는 ‘피인용 건수’ 역시 중국과 미국이 같다. 분야에 따라서 중국이 월등한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의 경쟁력이 미국과 대등해졌을 뿐 아니라, 지식산업 내지 향후 미래 분야에서도 미국과 견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전기동력화 시대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통상적인 산업분야에서는 덤핑이나 무역 규범 위반 외에는 자유무역이 보장된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되는 분야는 이차전지, 전기차, 반도체, 희토류 소재 등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희토류를 지닌 중국의 세계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등소평은 1978년에 "중동에는 석유가 있지만, 우리는 희토류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은 희토류 수요 증가 등을 사전에 예측, 그 분야의 산업을 꾸준히 키워왔다. 그 결과 전기동력차 시대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중국의 입지가 절대 우위에 있게 됐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이 생산하는 규모가 5000만대 정도 됐다(전체 8000∼9000만대 정도)

중국의 성장세가 빨라지면서 세계 주요국들은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자국산업 및 동맹국의 산업 육성과 원료 부품 소재 산업 키우기 마인드가 됐다.



-미국과 중국 간 경쟁과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입장도 난감해졌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무엇인가.


▲현재 중국이 배터리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로선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선 공급망 구축에 적극 나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수출기업들의 지원을 위해서 시급히 개선할 제도와 법령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우선 급격하게 오르는 최저임금에 제동이 필요하다. 또 근로시간 자체를 높일 필요는 없으나, 연장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할 필요는 있다. 즉, 노동법 개정을 통해 생산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현재 산업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요구대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단기적으로 허용해야 하며, 여성이나 노인 인력 채용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업종별 수출 지원책이 다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업종별 어떤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지 궁금하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으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 마련이 중요하다. 일례로 조선업 인력부족은 외국인 근로자들 확충해주는 것. 업체가 원하는 대로 풀어주는 게 좋다. 철강은 제일 큰 현안이 탄소중립 달성을 어떻게 하느냐 여부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 등을 완화 시켜주거나 충분히 연구·개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바이오는 현재 인·허가가 강하게 적용된 분야다 보니 스타트 업체가 진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기존 미국(북미), 중국, 유럽연합 등 외에 수출 대상 국가를 발굴한다면 어느 지역을 염두에 두면 좋은가.


▲위에 언급한 국가들과 관계를 지속적으로 잘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장 확대는 필요하다. 이 중 하나가 일본이라고 생각한다. 통상적으로 세계를 보면 이웃 국가간 교역량이 제일 많다. 미국의 경우 캐나다나 멕시코, 프랑스는 벨기에, 영국, 독일 등이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과 가까운데도 교역량이 상당히 적다. 이 교역량을 각 국 경제규모에 맞게끔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아세안 국가와 교역량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염두에 폴란드 등 동부 유럽과 중동 국가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무협의 수출기업 지원 정책 중 눈 여겨 볼 만한 지원책은 무엇인지 소개해달라.


▲무역협회 회원사만 7만3000개다. 그렇다 보니 무협의 가장 큰 과제는 수출입 관련 애로를 잘 파악해서 정부 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이다. 마케팅이나,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전시회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엔 금리가 높은 상황을 감안해 약 2000억원 규모의 2차 보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무협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수 있도록 애로 사항을 수집해 건의할 계획이다.



- 현재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산업전반의 문제로 노동생산성 감소가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무엇이 있는가.


▲노동생산성 증가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인력 수입을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며 이민 정책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또 여성 고용 인구를 더 늘릴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부부중심에서 아동중심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 방안으로 각 종 부동산이나 특별공급 등에서 자녀가 있는 가정을 우선시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혼인신고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등 정식 부부냐 이것을 따질 것이 아니라, ‘자녀가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교육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며 청년들의 인식 전환 운동도 필요하다. 가장 근복적으로 정책 전부를 재검토해야 한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끝으로 마무리 발언으로는.

▲노동비용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결국 기업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혁신과 R&D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또 세제 지원과 R&D 인력에 대해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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