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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행정권·입법권 충돌 격화에 애먼 국민만 골병 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17 17:50

尹 대통령, 취임 이후 두번재 법률안 거부권 행사



野, '학자금 특별법' 등 상임위서 입법 독주 이어져



전문가 "정치기반 부족·사법리스트 돌파 등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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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왼쪽)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정부 행정권과 국회 입법권의 잇단 정면 충돌에 애먼 국민들만 골탕 먹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국민들에게 거꾸로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을 교체한 윤석열 정권과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각각 행정권력과 입법권을 양분하고 있다.

양측은 이같은 권력을 바탕으로 최근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기보다는 서로 남 탓 하며 사회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마주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자신들에 주어진 권력을 절제 없이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선 거대 야당 민주당 주도의 일방적인 법안 강행처리가 일상화했고 이에 최근 극도로 자제됐던 대통령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사례도 되풀이됐다.

윤 정부는 검찰·경찰·감사원 등 사정권력 등 총동원, 야당의 대표 등 주요 인사 비위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감사에 나섰다.

이에 맞서 야당은 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국회의원 체포영장 잇단 부결·장외 투쟁 등 대응 방식으로 대대적인 방어 막을 쳤다.

그 사이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부’나 다름 없었고 윤 정부가 추진한 개혁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정치권이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서 경제는 추락하고 민생은 어려워지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은 급격히 추락해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실적은 역대급으로 악화하는 등 성장 엔진이 식어 경제산업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린 지 오래다.

서민들은 일자리 부족에 고물가 고금리까지 겹쳐 민생고에 시달리며 탄식과 한숨소리를 낸다.

그런데도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외교 등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정쟁하는데 바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7일 "정부와 여야 모두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공략을 세워야 하는 시기인데 현 상황상 그 수단이 서로에게 맞서는 것 뿐"이라며 "정치권 대립이 격화되면서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 의결하면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하는 식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간호법 제정안에도 두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양곡관리법안 거부권 행사에 이어 불과 42일만이다.

대통령 법안 거부권은 이명박 대통령 이후 각 정권별로 임기 중 2건 넘게 행사된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 1건, 박근혜 정부 2건이 있었고, 문재인 정부에선 단 한 건도 없었다.

각 정권별로 여소야대, 여대야소 등 국회 상황에 대통령 법안 거부권 행사 건수가 달라지긴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이 벌써 2건이나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행사가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미 의석 수의 힘을 앞세워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일명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을 본회의에 직상정해 처리를 예고했다.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 관련 기업의 배상 청구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방송법은 KBS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행정권력과 부딪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당장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여야간 대립이 첨예하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제정, 재정준칙 마련 관련 법 개정 등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상태다.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상환 등을 담은 취업 후 학자금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가결했다.

정부와 국회, 여야간 대립이 격화하는 이유는 내년 총선, 야당 대표 비위의혹 수사 등과 맞물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기 위해 지지층을 다져야 하는 입장인 만큼 각 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 수단이 정치적 대립으로 가닥 잡힌 상황이다.

윤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출범했다.

윤 정부는 정책 등 국정운영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할 수밖에 없고 이런 점이 공룡 야당과 충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윤 정부는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야심차게 제시하고 추진했지만 번번이 거대 야당에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원내 거대 의석을 수단으로 각종 법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

이는 야당 입장에서 지지층 민심에 적극 호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국 대응 방법으로 인식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재명 당 대표 ‘사법리스크’에 최근 송영길 전 대표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거래 의혹’ 등까지 잇따라 불거져 민주당으로선 해당 논란들을 헤쳐나가려면 입법 드라이브 밖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정치권에선 진단했다.

박상병 교수는 "윤 정부 출범 배경에 전 정권에 대한 적대감, 불신이 있고 이게 지금의 야당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게다가 집권 초기임에도 지지율이 30%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라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지지층을 확실히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과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 협조를 바라기 어렵다"며 "지금 민생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는 지지층 표심을 잡을 명분이 사라진다. 총선에서 승리하는 방법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행정권력 구조 상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카드가 거부권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행정부를 살펴보면 장관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각 분야에서 실무를 책임질 공공기관장 등은 아직 전 정권 인사들이 대다수 포진된 상태"라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기조를 맞춰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니 야당의 입법 독주를 막아내는 게 수단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각종 의혹이 터지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거대 의석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 가운데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말고도 방송법, 노란봉투법, 학자금 등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내용들이 많다. 민주당은 법안을 마련하면서 지지층을 모을 수 있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연이어 행사하면 정치적 부담감이 커지면서 리더십을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극심해지는 정치적 대립 상황을 해결하려면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결국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 G7 회의 이후 6월 초부터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거쳐 이재명 대표 뿐 아니라 야당 지도부와 상임위원장 들을 두루 만나면서 협치를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여러 의혹으로 국민 불신이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여야 모두 진정성 있게 협치를 이루고 돌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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