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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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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아파트 현장 붕괴…‘무량판 구조’ 문제 없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03 15:50

업계서 무량판 구조안전성 심의 제안했으나 채택 안 돼



구조기술사, 특수구조물에 포함시켜 안전성 강화해야



국토부, 규제사항이라 쉽지 않아…설계 기준 보완은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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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경 인천검단 AA13-2BL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서 지하주차장 지붕층 슬래브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 전경. 사진=제보자 제공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지난달 29일 밤 11시 30분경 인천 검단신도시 AA13-2블록(인천 서구 원당동 일대)에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에서 지하주차장 지붕층 슬래브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밤늦은 시간에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는 입지 않았다.

지하 1층 및 지하2층의 각 지붕층 슬래브가 무너졌는데 붕괴면적이 총 970㎡에 달한다. 붕괴된 슬래브는 지난 2022년 7월에 타설 및 시공됐다. 붕괴부는 데크플레이트 슬래브·보구조 부위와 무량판구조 연결부로, 대부분 무량판 구조 부위가 붕괴되고 데크플레이트 슬래브·보구조 부위는 일부만 붕괴됐다.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진 어떠한 것도 단언할 수 없으나 ‘무량판 구조’에 대해선 재차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현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 컨소시엄(GS·동부·대보건설)이 시공을 맡은 공공분양단지로 오는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 무량판 구조, 특수구조 심의 안 받아


3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는 보(가로 기둥) 없이 바닥과 기둥만 있는 형태를 말한다. 하중을 지탱하는 수평(가로) 기둥인 보 없이 슬래브를 수직기둥이 지탱하는 것이다. 무량판 구조는 벽식구조와 달리 벽을 철거할 수 있어 리모델링 시 구조를 변경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무량판 구조는 보가 없는 만큼 층고를 높게 할 수 있지만 충격에 더 취약한 편이다. 특히 부실공사 등으로 기둥과 슬래브 사이의 철근 정착에 문제가 생기면 전단파괴(구조물과 부재 파괴) 현상이 발생해 기둥만 남고 각 층이 아래로 떨어지는 연쇄붕괴 가능성이 있다.

과거 500명의 인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참사나, 지난해 1월 대규모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도 무량판 구조였다. 다만 건축구조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정 아파트 붕괴 관련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무량판 구조도 ‘특수구조’ 건축물처럼 똑같이 구조안전성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제안이 업계에서 제기됐으나 결국 규제로 채택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구조 건축물은 다양한 기능과 공간을 위해 특수한 구조로 만든 건축 구조물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에 특수구조 건축물은 건물을 착공하기 전에 구조안전성 심의를 따로 받아야 한다. 이같은 특수구조 건축물에는 △막 구조 △공업화 박판 강구조(PEB) △강관입체 트러스 △케이블 구조 등이 해당되는데 이중 공업화 박판 강구조인 PEB 구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무량판 구조 사고 발생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져


과거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2014년) 재발방지를 위해 당시 국토부는 ‘건축물 안전강화 대책’ 일환으로 공업화 박판 강구조(PEB) 등 특수구조 건축물은 착공 전에 구조안전성 심의를 받게 한 것이다.

연쇄붕괴 가능성이 있는 무량판 구조와, 일정 층고 높이 이상의 물류센터 등 역시 특수구조 건축물로 추가해서 구조안전성 심의를 받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는 ‘옥상옥’ 규제가 될 수 있어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건축구조기술사 A씨는 "무량판 구조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으나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는 것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사항이다 보니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량판 구조에 대한 설계 기준 보완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검토 중이다"고 답변했다.

국토부 등은 LH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 지점 등 전체 구조물 안전 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는 사고조사 원인 규명 기간에 따라 얼마나 공사가 지연될지는 알 수 없는 상태인 것.

LH 관계자는 "(사고)원인이 시공인지에 대해 정확히 규명할 것이다"며 "현재는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GS건설 관계자도 "입주민들의 걱정이 클 텐데 최대한 빨리 사고를 수습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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