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싱크탱크 간담회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한미 경제협력 확대, 공급망 전망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린 리더십’을 앞세워 한미 경제협력 지원에 앞장섰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한미정상회담 기간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해 투자신고식,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첨단산업 포럼 등 주요 경제협력 행사에 참석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투자신고식에는 SK가 글로벌 투자 및 협력을 통해 이끌어낸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 건들이 포함됐다.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한미 첨단산업·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행사에는 SK그룹 계열사의 신규 업무협약(MOU)이 3건 포함됐다.
특히 해당 투자 및 MOU는 수소, 플라스틱 재활용, 소형모듈원자로(SMR), 블루암모니아 등 그린 비즈니스 분야에 집중됐다는 게 SK그룹 측 설명이다.
그간 SK가 조지아주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등 역점을 둔 바 있는 그린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최 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수소·원전·청정 에너지 등으로 확장됐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작년 7월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면담을 갖고 반도체·배터리·그린·바이오 등 핵심 성장동력 분야에 대규모 신규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 내 한국기업 공장 중 처음으로 미시간주에 위치한 SK실트론CSS공장을 방문해 양국 간의 긴밀한 경제협력 모델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루어진 투자신고 중 글로벌 수소에너지 선도기업인 플러그파워(Plug Power)의 국내 투자는 SK와 오랜 기간 이어온 협력 하에 이루어진 성과였다고 전해진다.
플러그파워는 수소의 생산·저장을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수소 연료전지 및 전해조 설비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다. SK㈜와 SK E&S는 2021년 플러그파워에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했다. SK E&S는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수소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SK E&S와 플러그파워는 합작법인 ‘SK 플러그 하이버스’를 통해 국내 수소산업에 총 1조원을 투입한다. 합작법인 지분율에 따라 SK E&S가 5100억원, 플러그파워가 4900억원을 각각 부담한다. ‘SK플러그 하이버스’는 수소기술 연구개발(R&D) 센터 및 수소 핵심설비 생산기지인 ‘기가팩토리’를 만들고 수소 연료전지와 전해조 설비의 대량 생산체계를 갖추는 한편 국내 액화수소충전소 구축 및 운영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인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PCT)의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설 투자 역시 SK와의 긴밀한 사업협력의 결과로 평가받는다.
PCT는 폐플라스틱에서 오염물질, 냄새, 색을 제거한 초고순도 재생 폴리프로필렌을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SK지오센트릭이 작년 3월 PCT에 5500만달러(약 680억원)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작년 10월에는 양사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울산에 공동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공장의 연내 착공을 목표로 협업 중이다. 2025년까지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인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함께 조성할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신고는 SK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글로벌 선도 기업과 긴밀하게 협업해온 것이 결실을 맺어 국내 투자 유치 및 한미 경제외교까지 기여한 것"이라며 "이는 최 회장이 경영 화두로 제시한 ‘글로벌 스토리’의 좋은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국가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 투자의 중요성을 지속 강조해왔다. 그는 작년 9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SK 나이트(Night)’ 행사에 앞서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우리가 가지지 못한 기술들에 투자해 내재화하고 이를 국내 투자로 이어가는 선순환을 통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이어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 30여명의 양국 주요 기업인들과 첨단기술동맹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술이 곧 안보인 시대에는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성이 중요하다"며 미시간주에서 추진 중인 차세대 전력반도체용 웨이퍼 공장 건설 투자 등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또 테라파워와 함께 2030년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사례도 언급하며 "양국 기업이 기술협력을 통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며 경제안보 파트너십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 방미 기간에 맞춰 SK(주), SK이노베이션, SK E&S, SK머티리얼즈 등 그룹 계열사도 신규 MOU를 체결하며 새로운 글로벌 협력의 물꼬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SK㈜, SK이노베이션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미국 SMR 설계기업 테라파워와 ‘차세대 원전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상호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4개사는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 기반 4세대 SMR ‘나트륨(Natrium)’의 실증과 상용 원자로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작년 8월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공동 투자한 데 이어, 이번 계약을 통해 테라파워가 추진 중인 SMR 사업 및 글로벌 탄소감축 사업 개발 기회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SK E&S는 제너럴일렉트릭(GE), 플러그파워, HD한국조선해양 등 한미 주요 기업들과 ‘블루수소 생산·유통·활용을 위한 전주기 사업 투자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계 최대 블루수소 생태계 조성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SK E&S와 수소터빈, 연료전지 및 수소충전소, 선박 등 각 분야 한미 대표 기업이 연 25만t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보령 블루수소 사업’에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SK㈜ 머티리얼즈는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과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및 블루암모니아 등 청정 에너지 분야 사업협력을 강화하는 MOU를 체결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