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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집권 국민의힘이 무기력증에 빠진 모습이다. 정책에 관해서는 대통령실에 치이고 국회 내 입법 활동과 관련해서는 야당에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 결정이나 근로개편안 개정 마련 등 민생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와의 협의만 진행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입법 관련에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강행처리를 막지 못한 채 기세에서 밀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25일 전기·가스요금에 대해서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간호법에 대해서는 ‘야당의 제정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지금은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식하고 있고 그런 부분은 이견이 없다"면서도 "국민에 요금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한국전력공사(한전)과 가스공사에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조조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에는 공감하면서도 인상 결정을 한 달째 유보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하고자 당정협의회만 네 차례를 열었지만 뚜렷한 해답이 없는 채 끝났다.
여권 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정을 고려해 미국 국빈 방문 일정 이후 결정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 최대 69시간’ 프레임에 갇힌 근로개편안도 마찬가지다.
근로개편안 입법예고 기간은 지난 17일로 종료됐다. 고용노동부는 이날까지 최종 입법안을 내야 했지만 일단 미루고 추가로 국민 6000명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거치기로 했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지난달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도 실시해 여론 수렴을 폭 넓고 충분히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의 근로개편안은 일이 많을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 길게 쉬자는 취지이지만 이를 적용할 경우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졌다.
이후 ‘주 최대 60시간 이상 근로’ 가능 여부를 두고도 혼선이 빚어졌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로 방침을 바꾼 뒤 후속 대책 마련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 내 입법 활동에 있어서는 민주당의 사실상 독주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 제정안까지 이어지는 야당의 입법 독주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민주당과 협상을 하겠으나 민주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이 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 여당으로서는 문제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대책 없이 이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대통령께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안이 본회의에 의결되기도 전에 대통령 거부권을 언급하는 건 법안을 두고 직접 야당과 협치하겠다는 게 아닌 대통령에 책임을 미루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한 것이다. 간호사·전문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에 대한 국가 책무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이를 막고자 지난 11일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로 바꿔 추진하고 간호사 업무 관련 내용을 기존 의료법에 존치하자는 내용의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간호협회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앞서 양곡관리법 의결 과정에서도 여당이 힘을 발휘하지 못해 결국 윤 대통령이 ‘1호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반대 속에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다시 국회로 돌려보내졌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국민의힘은 전기요금이나 근로개편안 등 민생 정책 등과 관련해 정부가 시그널을 보낼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라며 "계속 대통령 발언을 두고 일어나는 논란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만 보이니까 정책 추진이나 야당 협치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여당이라면 국민의 여론을 파악해 실질적으로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며 "정부와 별개로 지금의 지지기반이 아닌 여론은 물론 야당과 협의할 부분을 살펴서 입법을 주도해야 하는 게 집권당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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