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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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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공매도 사상 최대…‘개인 VS 외국인’ 승자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2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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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이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자 한국 증시가 ‘2차전지 관련주’ 중심으로 과열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2차전지 관련주 등에 베팅을 늘리자 이들의 주가 상승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고 공매도 투자 또한 기록적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국내 상황을 조명했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는 투자자가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우선 판 뒤 나중에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서 갚는 거래 방식이다.

블룸버그는 이어 "외국인이 주도하는 공매도 투자가 늘자 이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월별 공매도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 1월 3730억원 수준이었는데 2월과 3월에는 각각 4319억원, 4259억원대를 보이더니 이달에는 19일까지 6169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코스닥 시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1월에는 835억원 수준이던 공매도 일평균 거래대금이 2월에는 1767억원, 3월에는 2887억원으로 올랐는데 이달 들어서 3488억원으로 치솟았다.

이는 2001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양 시장의 월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으로는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공매도 거래대금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배경엔 증시가 회복되면서 시장에 자금이 다시 몰리자 공매도 역시 자연스럽게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올 들어 각각 최대 15%, 34% 가량 올랐는데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8% 가까이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9월 최저점을 기준으로 보면 코스피는 20% 정도 오르면서 강세장에 진입한 상황이다.

이처럼 증시 회복세가 지속되자 이달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1월(13조 1423억원)의 2배 수준인 26조 2556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개인의 거래 비중이 코스피 63.93%, 코스닥 82.84%로 두 시장을 합치면 74.10%로 나타나는 등 현재 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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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1.07% 오르면서 11개월여만 900선을 돌파했다(사진=연합)

2차전지 관련주를 비롯한 일부 테마주들이 코스피·코스닥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만큼 공매도 투자 또한 이들에만 집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제2의 에코프로’로 부각받고 있는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공매도 잔고는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587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지난 17일엔 5202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공매도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포스코홀딩스는 공매도 투자가 가장 많으면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피 종목"이라고 전했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는 3조 9000억원 가까이 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50% 가량 상승했다.

코스닥 중 공매도 비중이 가장 큰 주식은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는 지난달 31일 2210억원에서 지난 17일까지 3521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 역시 7777억원에서 7945억원으로 증가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올 들어 각각 500%, 200% 가량 급등했다.

공매도 거래는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19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공매도 거래액에서 외국인 비중은 각각 78%, 60%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부터 증시 회복을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만큼 시장이 과열국면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에 나서면서 한국 증시가 최근 저점에서 20% 상승할 수 있었다"며 "지난 3년 동안 순매도했던 글로벌 펀드들 또한 올 들어 약 60억 달러(약 7조 9710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미국 소재 가치주 중심 투자업체 달톤 인베스트먼트의 임 제임스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강한 지수 반등과 함께 공매도 거래량이 증가한 것은 한국 증시의 거품 가능성 여부를 두고 투자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한국 증시 상승은 놀라운 수준"이라면서 "거품을 논하기엔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뉴욕 라이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윤 재 최고 투자책임자는 전기차에 이어 인공지능(AI), 챗GPT 등에 훈풍이 불고 있다면서도 "새로운 트렌드일 것이란 점을 개인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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