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여헌우

yes@ekn.kr

여헌우기자 기사모음




벌써 夏鬪 전운···IRA에 치인 현대차그룹 ‘노조리스크’ 공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19 15:16

‘실적 호조’ 임단협 요구안 걱정···"정년연장이 화두"



IRA ‘보조금 제외’ 노조 책임론 대두···"구조 바꿔야"

2023041901001064800049901

▲자료사진. 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에 벌써부터 하투(夏鬪)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데다 올해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 노동조합이 임단협에서 과도한 요구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회사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이 노조에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시장 이목이 집중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다음달 2023년 임단협 상견례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올해 임금협상만 한다. 각 회사 노조는 이에 앞서 사측에 전달할 요구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올해 쟁점은 ‘정년 연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의 경우 일찍부터 만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리자고 주장해왔다. 그동안은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등에 주목했지만 노조 내 주류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년이 대거 가까워진 만큼 올해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 기준 현대차 노조 가입 인원은 4만4000여명이다. 이 중 1만명 가량은 향후 3년 이내에 정년이 된다.

회사 실적이 좋다는 것도 오히려 ‘노조리스크’를 자극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양사는 지난해 각각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며 성장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국내 상장 기업 중 영업이익 1·2위를 현대차·기아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는 2조6000억원, 기아는 2조1000억원 가량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잡음은 벌써 새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4일 울산 4공장을 약 3시간 가량 세웠다. 시간당 생산대수를 높이자는 사측 제안에 반발해서다. 아산공장 역시 인원 충원 문제로 노조가 반발해 4시간30분 정도 공장이 멈춘 적 있다. 아산·울산공장은 현대차 글로벌 생산시설 중 임금은 가장 높지만 생산속도는 가장 느린 곳을 지적받고 있다.

문제는 노조가 정년 연장이나 기본급 인상 등을 무리하게 요구할 경우 사측이 느낄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IRA 대응이나 중국 시장 재공략 등 경영 변수가 어느 때보다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열린 제55기 정기주주총회 자리에서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따른 자동차 수요 둔화와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올해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IRA 세부 지침에 따라 선정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에 현대차·기아 차종이 빠진 것도 ‘노조리스크’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사는 단체협약 내용에 따라 노조의 ‘허락?’ 없이는 해외 투자를 할 수 없다. 신차종 양산 시 투입인력과 생산량을 노조와 미리 협의해야 한다는 ‘족쇄’도 있다.

회사 안팎에서 노조의 힘이 너무 막강하다며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장 활로를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의 ‘노동 개혁’ 의지가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 방식으로 운영되는 자동차 공장 특성상 편법 파업에 취약하다는 구조적 약점도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사측과 갈등을 겪을 때 일부 시설을 쇠사슬로 묶는 등의 파업을 벌이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거나 노조에 무조건 책임을 넘기는 등 흑백논리 대신 회사 발전을 위한 논의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ye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