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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사외이사가 우리은행장 후보군 4인으로부터 조만간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번 만남이 차기 행장의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후보군으로 내정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미팅이라는 점에서 중요도가 높다는 평가다.
통상 금융지주사는 시중은행장을 비롯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전까지 절차나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임 회장이 이러한 관례를 깨고 취임 초기부터 은행장 후보군과 선정 절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 것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수차례 나왔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른바 은행장 오디션 방식에도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인선이 행장 후보군 4인은 물론 임종룡 회장에도 취임 후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은행장 후보군 4인, 이번주 업무설명회...비재무적 요소 종합평가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달 21일 정기이사회에서 이석태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 4인을 대상으로 업무설명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임 회장을 비롯한 사외이사진이 모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행장 후보군 4인은 본인이 맡은 업무와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과 사외이사는 4인 후보군의 본인 업무에 대한 이해도, 장악력, 조직 발전 방향에 대한 청사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약 두 달 간 전문가 심층인터뷰, 평판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을 거쳐 5월 말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우리은행장을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 행장 후보군을 추린 이후 최종 행장 선임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임 회장과 이사회는 상대적으로 비재무적인 요소에 중점을 두고 이들을 평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 측은 "4명의 후보군은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영업력을 비롯한 업무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이라며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그룹 및 은행에 대한 청사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 지배구조 투명화, 깜깜이 인선 근절...당국 의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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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전경. |
임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다수의 행장 후보군을 추리고, 선정 프로그램과 절차 등을 공개한 것은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밀실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우리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사는 자추위 내부 논의만으로 은행장을 선임했다. 선임 절차와 CEO의 능력은 최종 후보군을 확정한 이후 공개하는 식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이사회를 향해 경영진 견제 및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제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점이 행장 선임 절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당국과의 관계 개선, 지배구조 개선, 내부 파벌 등을 근절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번 행장 선임 절차가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첫 관문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금융지주사들은 밀실인선을 근절하기 위해 CEO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임 회장은 취임 전부터 주요 요직에 연세대 출신을 선호한다는 식의 비판이 있었던 만큼 외부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다는 걸 부각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 차기 행장 공석시 장기간 검증절차 발목...연쇄이동에 조직혼란 불가피
다만 은행장 오디션 방식 역시 장점과 단점이 상존한다. 최근과 같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차기 행장을 5월 말께 선임하는 것은 조직 안정화에 오히려 부정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이 행장 선임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차기 행장 내정 전까지 이원덕 행장이 유임되는 쪽으로 일찌감치 방향성이 잡혔기에 가능했다. 만일 은행장 자리가 갑자기 공석이 될 경우 이러한 검증 절차는 또 다시 우리은행의 리스크 관리, 의사결정 구조 등에 부정적일 수 있다.
또한 4명의 후보군 모두 3월 인사에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점을 고려하면 임 회장의 이번 시도가 무리수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4명 중 최종 1인이 차기 행장으로 선임되면, 공석을 메우기 위해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연쇄 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이번 행장 프로그램을 계기로 그간 우리금융을 둘러싼 안 좋은 오해들을 불식시키고, 모범적인 승계 프로그램으로 정착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업무 연속성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