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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원 S&P글로벌 상무/거시경제 국가리스크 총괄 |
지난 3월 말 S&P Global은 한국의 국가리스크 중 경제리스크부문에 대해 "해외수요 부진 속에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내수도약화하면서 경제에 대한 역풍이 계속 불고있다. 3월에 수출감소 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세계경제둔화, 중국의 고르지 않은 경제회복, 글로벌 전자 경기침체, 지속적인 재고 조정에다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적어도 2023년 상반기에는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이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차입비용, 긴축된 금융상황은 가계의 부채상환부담을 가중시키고 기업의 사업운영 조건을 약화시키며 투자심리와 수요를 해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국가리스크(country risk) 평가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수행에 앞서 진출 관심국가의 거시환경을 사전적으로 진단하고,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S&P Global의 경제 국가리스크부문에서는 각 국의 위험등급을 결정하기 위해 정치, 경제, 법무, 조세, 사업환경, 안전의 6개 기본항목을 포함해 범죄 및 부패수준 등의다양한 평가수치를 집계해 미래지향적 국가별 위험등급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1980년대에 국가리스크는 대체로 정치적 리스크를 의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민관 모두 해외투자와 무역확대로 지식(Intelligence)의 사용자들에게 경제리스크의 활용비중이 커졌다.
한국에서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생산이 많아지고 국민들의 소득과 소비수준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관심사에서도 경제부문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는 그것이 행복의 가장 기본이 되는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을 온전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무엇보다 경제적 만족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의 국가리스크 등급이 한국인들이 느끼는 행복지표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나타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거시경제 변수요인들 가운데 행복과 관련된 연구들은 국가리스크 평가의 중요항목인 경제부문의 인플레이션과 실업변수로 모아진다.인플레이션은 고통이다. 인플레이션 공포는 서민에게 시름을 안긴다. 지난해 6월 한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6.0%오르며 23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일정기간 벌어들이는 소득의 상승보다 물가상승속도가 더 빠른 고통의 세상이다.대다수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생활비도 덩달아 치솟는 데 비해 소득은 정체상태여서 상대적으로는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자산가격을 상승시키고 현금의 가치를 낮춰 실질소득을 낮추는 등 빈부격차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산가치상승은 물론 기존의 구매상품 보다 질이 떨어져도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생활비 지출 수준을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지출을 최대한 줄여 더 이상 생활비 지출을 줄일 수 없는 빈곤층은 최악이다. 빈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 국가리스크 지표에 크게반영되지는 않지만 한국이 행복한 국가인지를 평가하는 행복지표에는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을 서민의 경제적 고통유발이라고 한다. 절대로 쉽지는 않겠지만 경제당국은 불확실성 시대에 서민의 경제적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공평하고 공정한 분배와 인플레이션 안정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22년 세계 경제를 강타한 우크라이나전쟁,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고물가, 기후위기는 안타깝게도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전체가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유례 없는 복합위기에 빠져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에다 가계부채의 증가,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 자산가격의 폭락,빈부격차 심화 등의 복합위기를 극복함으로써 국가적 경제리스크를 해소하고 국민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리는 묘약은 없을까. 그것은 바로 자본소득이 아닌 노동소득에 기반한 경제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야말로 복합위기에 빠진 한국경제와 국민을 구할 근본 처방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