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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연 3%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약 1년 반 전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통화 긴축 종료 기대로 시장(채권) 금리가 떨어진 데다 이자장사 비판에 은행의 금리 인하 경쟁이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640∼5.801% 수준으로 나타났다. 약 한 달 반 전인 3월 3일과 비교하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770%포인트 하락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4.478%에서 3.859%로 0.619%포인트 떨어진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4.680∼6.060%로, 같은 기간 0.740%포인트 낮아졌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0.411%포인트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현재 연 4.180∼6.631%로 하단이 0.740%포인트 낮아졌다.
단 최근 은행 대출금리 하락 속도는 단순히 지표금리 흐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테면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 하단의 하락 폭(0.770%포인트)은 지표금리(은행채 5년물·0.619%포인트)보다 0.151%포인트 크다.
신용대출 하단의 낙폭(0.740%포인트)은 지표금리(은행채 1년물·0.411%포인트)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가 한 달 반 동안 0.740%포인트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는 절반 수준인 0.290%포인트(3.820%→3.530%)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처럼 실제 은행의 대출금리가 지표금리보다 훨씬 더 많이 떨어진 것은 정부로부터 돈 잔치 뭇매를 맞은 시중은행들이 스스로 0.3%포인트 안팎의 가산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5∼6%에 이르던 은행 대출금리가 최근 하락하자 위축됐던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800조8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2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 2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014년 1월(-3000억원) 이후 9년 1개월 만에 처음 뒷걸음질쳤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중 전세자금대출이 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자금 수요 감소와 전셋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2월에 이어 3월에도 2조원 이상(2조3000억원)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새 약 4조6000억원 늘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제약하고 있는 것이 아닌 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은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긴축을 여전히 강조했다.
시장금리가 통화정책 의도와 달리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은 금통위원들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2월 23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 위원은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기업어음(CP)·회사채 발행과 기업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금융 여건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의도했던 수준에 비해 완화적인 것은 아닌지 다양한 유동성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