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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1조6900억원 넘게 순매수한 반면 금융주의 비중은 축소했다.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기아 등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한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대형주 위주로 매수세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1조69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이어 현대차(1563억원), 기아(1427억원), LG에너지솔루션(1132억원) 등도 비중을 늘렸다. 이와 달리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조6700억원 가까이 팔아치우며 외국인과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개인은 현대차(2246억원), 기아(1597억원), 삼성SDI(880억원) 등도 팔아치우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17% 넘게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15.5%)을 상회한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75% 급감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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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간 삼성전자 주가 추이. |
삼성전자는 그간 시장의 감산 기대에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는데,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국내외 증권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메모리 가격이 더욱 빨리 회복하고, 실적 또한 2분기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감산 규모는 미정이나 하반기 이후 메모리 수급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며 "다만 수요 회복 속도는 더딘 가운데 공급은 언제든지 증산이 가능한 만큼 메모리 업황 회복 사이클은 과거와 달리 완만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 6332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 외국인의 매수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은 라이선스 대가 합의금 및 충당금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2021년 2분기(7243억원)를 제외하고 역대 최대치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 물가 상승 압력 둔화에 따른 한미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점도 대형주 위주의 외국인 매수세에 영향을 미쳤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는 금리인상 종료, 경기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연초 이후 미국, 유럽, 중국 등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는데,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주요국 대비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반면 외국인은 POSCO홀딩스를 2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SK하이닉스(3269억원), 에코프로(1734억원), LG생활건강(828억원) 등도 순매도했다. 특히 카카오뱅크(294억원), 메리츠금융지주(194억원) 등 금융주도 비중을 축소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된 데다 금리 인상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스몰 라이선스(인가 세분화) 도입 등 당국의 금융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융주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전반적으로 경영 색깔이 공격보다는 생존, 안정 위주로 바뀌고 있다"며 "금리가 고점을 찍으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둔화될 가능성이 큰 점도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 1분기의 경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고점을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올해 1분기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 등으로 은행들이 과거처럼 역대급의 실적을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