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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에 풋옵션 분쟁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신 회장과 FI가 과거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기보다는 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내년 하반기 목표로 추진 중인 금융지주사 설립을 위해 지난달 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4곳이다. 교보생명은 컨소시엄과 한 번에 접촉하기보다는 개별 회사들과 만나 지주사 전환 계획과 회사 중장기 전략,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FI 측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각 주주 간에 온도 차는 있지만 대체로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계획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FI 입장에서는 엑시트가 목적이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으로 엑시트가 가능하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앞으로 지주사 전환시 교보생명의 기업가치, 혹은 기업가치까지는 산정되지 않더라도 지금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플랜이 나와야 한다"며 "현재는 이런 계획들이 모호한 상태로, FI들이 생각하고 있던 기대치와 다르다면 FI 측 역시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보생명과 FI가 계속해서 지주사 전환에 대해 논의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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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주주 현황.(자료=교보생명) |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 교보생명 기업공개(IPO) 추진 등 각종 안건마다 대립각을 세우던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신창재 회장 간에 갈등도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어피니티가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1심,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고, 어피니티가 신청한 국제상공회의소(ICC) 2차 중재 역시 언제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교보생명이 현재 추진 중인 금융지주사 설립이 완료될 경우 FI의 투자금 회수도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생명은 이달 초 대체자산운용사 파빌리온자산운용 자회사 편입을 완료하고, 사명을 교보AIM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인수로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투자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비보험 영역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교보생명은 교보AIM자산운용을 비롯해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문고, 교보리얼코, 교보자산신탁 등 기존에 보유한 관계사 간에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매물에 목말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작업, 비보험 영역 확장 등의 전략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금융의 경우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 계열사가 없어 증권사 인수가 절실하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는 우리금융 눈높이에 맞는 증권사가 없다. 이에 반해 교보생명은 이미 교보증권과 같은 알짜 계열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추가적인 M&A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앞으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보증권 등 관계사의 자본 확충 작업도 병행된다면 교보생명의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FI의 투자금 회수에도 긍정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금융그룹 등 이미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 회사들을 보면 교보생명의 이번 지주사 전환은 그 방향성과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보인다"며 "지주사 전환이라는 큰 틀 안에서 각 관계사를 어떻게 키울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업의 성장성이 둔화됐기 때문에 다른 관계사들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 상황에서는 특정 자회사보다는 전체 관계사 간에 시너지를 창출하고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지주사로 전환하면 기존 생명보험 중심에서 벗어나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