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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한국은행이 두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반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한은 판단이다.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도 한은은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단 시장에서는 올해 물가 부담이 낮아지면 한은이 금리 인하 고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 결정…"불확실성 커"
한은은 11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두 번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7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지난 2월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물가 상황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미국의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금융불안이 커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고, 한은도 기준금리를 무리하게 올려야 할 유인이 줄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물가 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에서 금융부문 리스크가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여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원들은 만장 일치로 동결 결정을 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6%포인트 낮아졌다. 한은은 그동안 5%대 이상의 물가 상승률을 경계해 왔다. 반면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월과 같은 4.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총재는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소비자물가가 낮아진 것은 지난해 에너지가격이 많이 올랐던 기저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거리두기가 끝난 후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 물가가 다른 물가에 비해 둔화되는 속도가 느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원물가가 일반 소비자물가보다 천천히 떨어지더라도 연말에는 3%대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 전망치인 3%보다는 소폭 상회할 것이란 예상이다. 연말 소비자물가는 기존 전망인 3.5%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 금리와 관련 금통위원 중 5명은 3.75%, 1명은 3.5%로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이 총재는 전했다. 그는 "5명이 3.75%로 의견을 낸 것은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 국제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봐야 하고, 공공요금의 인상 시기와 폭 등과 관련해 하반기 이후 물가 경로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또 SVB뱅크 사태가 지난 후 미 연준의 통화정책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 한은 "금리인하 논의는 아직"…시장에선 "연내 인하 시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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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시장에서 사실상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고 보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 총재는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해외상황 등에 따라 물가 경로가 우리 예상대로가 아니면 다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둔 금통위원이 5명 이상인데, 지금 시장에서는 마치 올해 금리가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형성돼 있다"며 "해외의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돼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다"고 했다.
이 총재는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 "올해 연말 물가 수준을 3% 초반으로 보고 있다. 물가가 충분히 그 이하로 떨어져 중장기 목표(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는 금리 인하 논의는 안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상반기에는 물가 경로가 한은 전망대로 갈 것이라는 자신이 있지만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인 1.6%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성장률의 경우 소비 부진이 다소 완화됐지만 수출이 큰 폭 감소세를 지속하며 소폭의 플러스로 전환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우리 경제는 지난해 4분기 -0.4%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이 이어지겠으나, 하반기 이후에는 IT 경기 부진 완화와 중국경제 회복의 영향 등으로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금리 인하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예상가능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한은의 차기 통화정책 변화는 물가변수에 좌우될 것"이라며 "물가 부담이 가장 낮아지는 시기를 2분기 말~3분기 초로 예상하며, 특히 7월 연내 물가 저점이 확인되면 8월부터는 물가 부담을 덜어낸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거나 인하 시기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 안정이며,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금융불안 등 부작용은 유동성 공급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금통위원들도 연내 금리 인하는 과도하다고 언급했다"며 "연말까지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