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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부른 코인, 거래소 내부 감시 비판 '봇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10 18:02

코인원 상장 퓨리에버, 부정상장 의혹...관계자 구속기소 되기도



자전거래 정황도 밝혀져...'강남 납치 살해' 원인 지목



거래소 미온 대응 도마 위..."자체 조사 및 프로세스 점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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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4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유모 씨의 부인 황모 씨가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강남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의 발단이 가상화폐 ‘퓨리에버’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지며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내부 감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퓨리에버의 부정상장 및 마켓메이킹(MM, 자전거래) 정황이 드러났지만, 코인원이 미온적인 대응에 그쳐 사건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코인원은 지난 7일 퓨리에버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재지정하고 자사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1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에 벌어진 강남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은 코인원에 상장된 퓨리에버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투자 권유로 퓨리에버를 사들인 모 투자자가 큰 손해를 입게 되자, 이 사건 직접 가해자들에게 납치·살해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퓨리에버는 지난 2020년 11월 13일 코인원에 상장된 가상화폐로, 블록체인을 통해 공기 질 관리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상장 당시에는 서울시의회 · 포스코 · KT · 서울대 등을 협업기관으로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퓨리에버의 상장 과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코인원의 상장 업무를 총괄하는 임원과 실무진이 가상자산 상장 브로커로부터 약 10억원의 금품을 받고 퓨리에버를 비롯한 수십 개의 종목을 상장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해당 브로커는 지난달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구속기소 됐으며, 관여한 임원과 실무진은 이미 퇴사해 개인 자격으로 수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퓨리에버 발행사 측이 협업기관 중 하나로 내세운 서울시의회가 직접 나서 퓨리에버와의 관계를 부정하자, 발행사의 홍보배너에서 내려가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의구심이 들만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코인원 측은 그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달 3일 퓨리에버를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긴 했지만, 이는 발행사가 프로젝트 외부평가 리포트를 정해진 기한 안에 제출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었다. 이마저도 지난달 17일 퓨리에버 측에서 뒤늦게 리포트가 제출하자 곧 해제됐다. 이후 강남 납치 살해 사건이 벌어지고 퓨리에버와의 관계성이 부각되자, 지난 7일 코인원은 퓨리에버를 투자 유의종목으로 재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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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퓨리에버’의 코인원 상장 이후 시세 변화 추이. 사진=코인원


최근에는 퓨리에버에 대한 자전거래 의혹도 제기됐다. 퓨리에버는 지난 2020년 11월 13일 상장 후 2200원대에 거래를 시작, 단 한 달여 만에 1만354원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퓨리에버는 이후 급락을 거듭한 끝에 이날 기준 2.5원에 거래되고 있다. 급락 중에도 퓨리에버의 시세는 몇 차례 폭등했지만 코인 업체에서 입출금을 막은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당시 커뮤니티 등에서는 퓨리에버에 대한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강남 납치 살해 사건에서 살인을 교사한 피의자 역시 피해자가 시세조종에 관여했다고 의심한 끝에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과 달리 코인은 자본시장법 등 규제가 미비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처음부터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했다면 살인 사건 같은 비극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력 범죄 사건에 사명이 오르내리는 만큼 코인원 측에서도 사실관계 파악에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퓨리에버 상장 관계자가 이미 퇴사한 상태인 만큼 사실관계 검토 및 입장 발표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래 문제에 대해서는 거래 주체 파악이 어려워 해당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기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코인 상장 과정부터 자전거래 감시까지 내부 감시 시스템 전반을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사안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지만, 형사 사건과 관계된 부분인 만큼 자세한 입장을 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 닥사) 측도 난처해졌다. 퓨리에버가 상장된 거래소는 코인원이 유일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닥사는 별다른 관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닥사가 코인원을 비롯한 다수 회원사가 모여 가상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해 발족한 협의체인 만큼. 한 회원사와 관련된 이슈로 거래소들의 자율규제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닥사는 불과 일주일 전 가상자산사업자 행동강령 및 내부통제 기준안 등 시행 계획을 발표한 직후 이슈가 불거진 터라 민망함을 감출 수 없게 됐다.

닥사 관계자는 "가상자산사업자 행동강령 등 자율규제안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이미 계획하고 있던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율규제가 온전히 정착된 후에는 똑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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