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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KT 주총장 찾은 주주들…"낙하산은 안돼" 한목소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31 15:48
KT주총

▲KT가 31일 서울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 4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구현모 KT 대표를 비롯한 차기 대표이사 후보 및 사외이사들의 잇단 사퇴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KT가 31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회의 진행을 맡은 대표이사 직무대행 박종욱 사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은 KT가 처한 현 상황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낙하산은 절대 안 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주총 진행을 맡은 박 사장은 "회사의 위기상황에 대해 직무 대행으로서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이어 "여기 계신 주주 여러분들의 가장 큰 관심은 언제 어떻게 정상화가 되는지 일 것"이라며 "정상화까지는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한 계획을 수립하고 정상화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KT 주총장 안은 고성이 난무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이 오기까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이사회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고, 경영진이 검찰 조사에 불려가는 상황에 대해 감사위원에게 책임을 묻기도 했다. 주총 진행이 어렵게 되자 일부 주주들은 "너무 시끄러워서 회의 진행 자체가 안 된다. 조용히 해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주총에서 발언권을 얻은 KT주주모임 대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에 개인 주주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라며 "지난번에 추가된 ‘경영인 출신 통신전문가’라는 요건 외에도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방지할 수 있도록 KB국민은행 등의 사례를 참고해 정관변경을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KB국민은행 주총에는 ‘최근 5년 이내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회장) 선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이 올랐다가 부결됐다.

또 다른 주주는 "주주와 조합원들은 KT 대표로 ‘범죄 경력이 전혀 없는 자’를 원한다"라며 "통신 전문가, 나아가 통신 공공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자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총에 참석한 김미영 KT 새노조 위원장은 "그간의 이권 카르텔을 걷어내는 데 낙하산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라며 "완전 민영화가 된 사기업 KT에 낙하산 정치인이 ‘감놔라 배추놔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제41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전기와 동일)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의 총 4개의 안건이 상정돼, 모두 원안대로 승인됐다. 특히 제3호 의안이었던 정관 일부 변경이 승인되며 KT는 자사주(자기주식)에 대한 주주의 견제권 강화라는 소정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번 정관 개정으로 KT는 매년 정기주총에서 자사주의 보유 목적과 소각 계획을 보고해야 하며, 특히 타 회사의 주식을 상호주로 취득할 경우 주총에서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해당 정관 개정을 제안한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 APG의 한 주주는 "기존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제안했는데 받아줘서 감사하다"며 "자사주 활용한 상호주 취득에는 우려가 있기에, 주주의 동의를 구할 시 사업에도 더 동력을 받을 수 있어 회사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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