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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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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시대 끝나나"…엔화 수요 쏠리자 환율하락 전망 ‘부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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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비 엔화 환율(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의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주요 통화국들에 비해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여파로 은행권 위기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고조되자 투자자들이 일본 엔화를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단 관측까지 맞물리면서 엔저 시대가 마침내 종착역에 가까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 통화가치가 이달 들어 3.8% 급등(엔화 환율 하락)해 주요국 통화 중에서 가장 월등한 퍼포먼스를 기록했다. 엔화와 더불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스위스 프랑, 영국 파운드, 유로 등의 가치도 달러화 대비 각각 2.8%, 2.4%, 2.3%씩 올랐는데 엔화 수준만큼 못 미친다.

실제로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화 환율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130엔 중후반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현재는 131엔 수준으로 급락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 SVB 파산,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등의 악재들이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자 투자자들이 엔화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VB가 파산했던 지난 10일 이후 5 거래일 동안 달러 대비 엔화 상승률이 주요 10개국 통화들을 모두 웃돌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반 루 환율 총괄은 "지난해 극도로 약세를 보였던 엔화가 반전됐다"며 "(엔화 강세는) 올해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엔달러 환율은 미일 간 금리 격차 확대로 지난해 10월 21일 달러당 151엔대 후반까지 오른 바 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선을 넘은 것은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이오 관련, 노무라증권의 미야이리 유스케 환율 전략가는 "최근 미국과 유럽 중심의 금융 불안으로 경제가 침체될 것이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엔화가 상대적인 안전한 피난처란 수혜를 더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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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추이(사진=네이버금융)


여기에 최근 들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점도 엔화 강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통상 은행주들의 주가 폭락은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지만 트레이더들은 연준의 ‘더 높게, 더 길게(higher for longer)’ 기조가 뒤집혀질 것으로 베팅하고 있다"며 "은행권 혼란에 이어 유럽과 일본은 어느 정도의 긴축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동월대비 3.1% 오르면서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일본은행 목표치(2%)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41년 4개월 만에 최대 폭인 4.2% 상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행이 언젠간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업계에선 앞으로 엔화 환율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DWS 그룹의 브요른 제슈는 엔화 환율이 향후 12개월 이내 달러당 125엔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 등은 경기 둔화폭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엔화가 달러당 최대 120엔까지 급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CS를 인수한 UBS의 제임스 말콤 환율 전략 총괄은 "금리차로 인해 엔화로 헷징하는 것은 여전히 비싸다"면서도 엔화가 올해말까지 120엔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화옵션시장에도 엔화 환율 하락을 예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의 3개월물 리스크리버설은 2020년 이후 가장 강한 수준으로 콜옵션(엔화 강세)쪽에 기울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엔화의 부활은 글로벌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점에 달했다는 관측으로 심리가 어떻게 급변하는지 보여준다"며 "월가에선 이젠 글로벌 경제에 대한 추가적인 충격에 대한 헷징 수단으로 엔화를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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