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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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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 없는 KT…비상경영체제 돌입할 듯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6 10:41

이사회 윤 후보 설득…노조 "이사진까지 총 사퇴"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임시 대표직 수행할 듯

윤경림사장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자.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포기에 이어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자까지 사의를 표하면서 KT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KT 이사회는 윤 후보 설득에 나선 상황이지만, KT 노조는 도리어 현 이사진의 총 사퇴까지 요구하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자가 지난 22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KT그룹 경영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KT 이사회는 윤 후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진 후 지금까지 KT 측의 공식 발표는 전무한 상황이다.

윤 후보의 뜻대로 그가 후보 자격에서 사퇴하면 그야말로 수장 공백에 빠지게 된다.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안은 폐기되고, 이에 따라 대표이사 후보자가 추천한 사내이사 2인의 선임안도 폐기된다. KT 정관 25조4항은 ‘대표이사 후보가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지 못하면 그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의 추천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현모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 사내이사가 아무도 없을 경우에는 직제규정상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를 대행하거나 구 대표가 임시로 대표직을 수행(상법)하게 된다.

다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더라도 최소 3개월이 걸릴 전망이어서 사실상 올해 상반기는 수장 없이 보내야할 처지다. KT는 이미 지난해 11∼12월에 해야 했을 임원 인사도 아직 못 하고 있다.

사내이사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의 거취마저도 불분명하다. 현재 이사회에는 임기 만료되는 이사를 제외하고 사외이사 3명(김대유 김용헌 유희열)이 남아있다. 이번 주총에는 3명의 사외이사(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재선임안도 올라 있는 상태다.

그러나 KT 직원 1만6000여명이 속한 KT 노조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통해 "정치권에서 대표 선임 절차를 훼손하면서 외압을 행사했다"면서도 "이사회를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여권의 의중을 파악 못하고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든 데 대한 책임을 사외이사진에게 돌리는 것이다. 앞서 KT 소수노조인 새노조 역시 "이사회가 모든 대혼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외압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던 KT 소액주주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카페 운영자는 게시글을 통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겠다"라며 "현명한 결정이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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