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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화장품 로드숍 어디 갔나? 중저가 브랜드 '재기 안간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13 18:02

■ K-뷰티 새판 짜기 (상)
사드·코로나 연속악재, 편집숍·고가품에 밀려 '겹위기'
아모레·에이블·LG, 매장 축소·멀티숍 전환 수익 강화
美·日 온라인몰 잇단 입점, 주력제품 매출 상승 효과

마스크 없는 봄, 화장품 인기<YONHAP NO-4484>

▲9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은 고객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2000년 초반 서울 강남·명동·홍대앞 등 전국 주요 상권을 주름잡으며 ‘1세대 로드숍 화장품’으로 불렸던 중저가 뷰티 브랜드들이 중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일상회복 전환으로 숨통이 트인 뷰티 브랜드들이 최근 ‘몸집 줄이기’와 ‘영역 넓히기’를 병행하며 원상회복을 서두르고 있다.

13일 화장품 등 뷰티업계에 따르면, 과거 전국 주요 상권 중심으로 입지를 넓혀온 1세대 화장품 로드숍들이 최근 4∼5년 침체기를 겪는 사이 주요 고객층인 젊은 여성 소비자들은 CJ올리브영 등 H&B스토어(헬스앤뷰티 스토어)에 발길을 옮겼고, 일상회복 전환에 따른 보복소비 증가로 고가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 충성 고객층마저 와해된 상태다.

결국 매출이 부진한 로드숍들은 점포 문을 닫고 편집숍으로 전환하거나,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 채널을 확대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활로 찾기에 한창이다.

대표사례로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에뛰드 등 대표 로드숍 브랜드 매장을 구조조정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매장 철수에 따른 비용 효율화를 거두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020년 490여개(마트·직영점 제외)였던 국내 이니스프리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 320여개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에뛰드 역시 멀티 브랜드숍 입점을 제외하면 150여개에서 60여개로 줄었다.

해외 사업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드 사태에 따른 중국 보복으로 현지 매출이 급감하자 2021년에는 현지 에뛰드 매장을 모두 폐점했다. 직영점으로 운영해온 이니스프리 역시 2019년 600개에서 지난해 67개까지 줄였으며, 올 상반기 전 매장 철수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매장 정리와 동시에 온라인 전환 작업을 꾸준히 펼쳐오면서 점차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난해 이니스프리는 영업이익 324억원을, 에뛰드는 50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나란히 흑자전환을 이뤘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6년 만에 영업이익 반등이다.

기세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은 네이버 등 온라인 채널 입점은 물론, 자사몰인 아모레퍼시픽몰 육성에 힘 쏟고 있다. 지난해 에뛰드 모바일 앱에 이어 최근에는 아리따움 모바일 앱 서비스도 종료하면서 아모레몰로 고객군을 통합함에 따라 락인효과도 노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효율 증대를 위한 오프라인 매장 정예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향후 e커머스 확장 등 채널 믹스 전략을 통한 엔진 상품에 집중하고 브랜드 매출·수익성 개선을 이끌어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어퓨·미샤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앤씨도 기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사업 구조를 온라인·수출로 체질 개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로 소비 흐름이 비대면으로 기울면서 한때 700여개였던 오프라인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95개까지 줄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10일 기준 290개까지 소폭 감소하는 등 매장 효율화를 지속하고 있다.

매장 규모가 감소한 만큼 매출 원가·판관비 등도 크게 줄인 동시에 미국·일본 등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면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에이블씨앤씨는 영업이익 10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일본 매출은 2020년 보다 연평균 74.3%, 9% 각각 성장했다.

앞서 에이블씨엔씨는 2021년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 이어 이듬해에는 미국 럭셔리 백화점인 ‘삭스피프스애비뉴’의 온라인 채널에 미샤 주력 제품을 입점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 왔다. 또, 일본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상품과 마케팅을 지속 강화하면서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주력 로드숍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의 멀티숍 브랜드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 매장수를 늘리는 대신 시장 변화에 맞춰 한 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판매 상품 수(SKU)를 확장한 것이다.

가맹점 중심으로 단일 브랜드 매장에서 이자녹스·수려한·비욘드 등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포괄하는 멀티 브랜드숍 ‘네이처컬렉션’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2018년 말 804개였던 더페이스샵 매장 수는 지난 13일 기준 400개까지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네이처컬렉션’ 매장 수는 369개에서 394개까지 늘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더페이스샵의 대다수 매장은 마트 내 입점된 점포로, 전부 직영매장이며 기존대로 ‘더페이스샵’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며 "가맹점 위주인 로드숍의 경우 멀티숍으로의 매장 전환을 희망하는 점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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