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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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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차기 CEO 후보 "'KT맨'으로만"…정치권 배제 '초강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0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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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KT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가 기존 33명에서 4명으로 압축됐다. 4명 모두 KT 전·현직 인사들로,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정치권 인사들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평가와 함께 KT 및 KT 지배구조위원회가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 KT 숏리스트, ‘디지코’ 이해도 풍부한 전현직 임원들로 구성


1일 KT에 따르면 이사회는 전날 차기 CEO 후보군을 기존 33명에서 4명으로 압축했다. 면접대상에 오른 4인은 박윤영(前 KT 기업부문장, 사장), 신수정(現 KT Enterprise부문장, 부사장), 윤경림(現 KT 그룹Transformation부문장, 사장), 임헌문(前 KT Mass총괄, 사장) 후보 등 전현직 KT임원들로 구성됐다.

이중 사외 후보자로 분류되는 박윤영·임헌문 후보는 지난 2019년 CEO 후보 경선에서 구 대표와 레이스를 치른 인물이다. 박 후보는 구 대표와 막판까지 CEO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다 낙마한 후, 기업부문장 사장까지 지내다 지난 2021년 말 임원인사에서 밀려났다. 임 후보는 황창규 회장 시절 커스터머부문장과 매스총괄사장을 맡다가 지난 2017년 KT를 떠났다.

사내 후보로 이름을 올린 윤경림 후보는 구 대표와 함께 KT의 ‘디지코’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LG유플러스의 전신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의 전신 하나로통신에 이어 KT까지 통신3사를 다 거쳤고, CJ와 현대자동차 그룹에도 잠시 몸담았다. 신수정 후보는 엔터프라이즈부문장으로서 KT 디지코 사업의 핵심인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도맡고 있다. 1965년생인 신 후보는 나머지 3명의 후보들 가운데서도 가장 젊은 50대다.


◇ 여권인사 될 줄 알았는데…외풍 차단 작심한 KT


업계 안팎에서는 KT가 ‘초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압축 명단에는 여권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후보자들은 배제됐기 때문. 당초 사외 지원자 18명 가운데 9명은 여당 출신 의원을 지내거나 윤석열 대통령 후보자 캠프에 몸담는 등 여권 성향으로 분류됐었다. 구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결국은 여권에서 미는 후보가 차기 CEO가 될 것이라는 설이 난무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여권 유력설이 돌았음에도 기존에 거론됐던 유력 후보자들이 모두 명단에 들지 못해 모두 의외라는 반응"이라며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고, 정치권 인사를 배제한 것은 결국 외풍에 시달려온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KT 내부에서도 이번 ‘숏리스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KT 실정이나 시장 흐름을 모르는 외부인사가 수장을 맡는 것보다는, 최근까지 KT에 몸담았거나 지금도 KT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이 CEO에 오르는 것이 내부 혼란을 줄일 수 있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사내 인사의 대표 선임에 부정적이었던 만큼,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정해진 심사 기준에 맞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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