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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과시야 민생행보야"…윤관석 산자중기위원장 주최 토론회 '빈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28 17:10

위원회 공식 일정 아닌 의원 개인 행사에 소관 에너지 公기관장 총출동



1시간 20분 행사 중 절반 넘는 45분 참석 의원 축사·사진촬영 등에 허비



정작 토론회 주제인 ‘소상공인 난방비 폭탄 해소’ 논의엔 35분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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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최된 ‘에너지 위기 시대, 난방비 폭탄 해결책은 무엇인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주최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난방비 폭탄 해소’ 토론회가 에너지 업계의 빈축을 샀다.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들이 이날 토론회에 총출동했지만 국회의원 축사 및 사진촬영 등으로 토론회 전체 진행시간의 절반 넘게 허비하면서 정작 토론 주제에 대한 논의는 겉치레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업계 등에선 윤 위원장이 자신의 세 과시를 위해 에너지위기 극복으로 바쁜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들을 동원했다는 뒷말을 낳았다. 참석 기관장들은 물론 토론회장 곳곳에서 ‘인사하느라 시간 다 쓴다’는 실소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에너지 위기 시대, 난방비 폭탄 해결책은 무엇인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정책을 중심으로’였다. 이 자리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남부·중부·서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에너지재단,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석유관리원 등 에너지 공기업의 기관장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불참했다.

참석 기관장들은 토론회 시작 30분 전부터 자리를 함께 한 국회의원들과 일일이 인사하느라 분주했다.

토론의 공식 행사는 오전 10시 시작돼 11시20분까지 1시간 20분간 진행됐다. 특히 식순의 앞부분인 국회의원 축사 및 사진촬영이 길어져 10시 45분에야 끝났다. 결국 남은 토론 본론 시간이 35분으로 짧아지자 사회자는 발제 시간을 당초 15분에서 10분, 개인당 토론 시간을 당초 5분에서 3분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토론회는 여야 정당이 함께 하는 산자중기위 공식일정이 아니고 특정 정당 소속 윤 위원장이 국회의원 개인 자격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들었다"며 "이런 자리에 소관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들을 일제히 불러모은 것은 소속기관에 대해 위원장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갑질행위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윤 위원장은 기관별 자발적 참석이 가능한 협조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겠지만 그런 협조 요청을 거부할 간 큰 기관장이 얼마나 있겠냐"라면서 " 백번 양보해 공기업 기관장들을 초청했다면 토론이 내실 있게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에너지 분야의 한 인사는 "소상공인 난방비 대책을 마련하자면서 여당 의원은 한명도 초청하지 않고 딱히 상관도 없는 기관장들까지 불러모은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소상공인을 볼모로 정부를 비판하고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기강잡기에 활용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엔 민주당의 박홍근 원내대표, 김성환 정책위 의장, 서영교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비롯해 윤관석 위원장, 김한정 산자중기위 간사 등 국회의원 17명이 참석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과정에서 다수 이탈표 발생으로 민주당 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당 지도부 핵심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이렇게 많은 의원님들과 공기업 기관장, 정부부처 관계자까지 총출동 한 게 처음이다. 윤관석 위원장님의 파워와 이 사안에 대한 관심도가 보인다"며 "지금의 문제들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예고되어 있었다. 다수당 원내대표로써 죄송하다. 지난해 예산심사 때 이걸 반영했어야 했는데 반영 못했다.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쥐어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전기·가스요금 올리는 문제, 일부 바우처로 되겠나. 그 어떤 혜택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하다"며 "공기업 기관장님들, 특단의 대책 없이 가능한 방법 잇으면 알려달라. 곳간 걸어 잠그고 알아서 허리띠 졸라 메라고 한들 공염불이다. 허망한 구호다. 정부는 이런 위기 때 돈 쓰라고 있는 것이다. 여러 공기업 사장님들은 우리 기관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 걱정하실 텐데 그럴수록 정부와 기재부와 국회에 해결해달라고 목소리를 내달라"고 말했다.

김성환 의장은 "민주당이 집권했으면 특단의 대책 만들었을 것이다. 지금 정부 말은 해놓고 안지키고 있다. 소상공인 1인당 40만원 정도 지원하면 2조7000억이면 할 수 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상인들에겐 요긴하다. 그러나 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은행 연체율이 매우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경제 밑바닥부터 무너질 것"이라며 "윤관석 위원장님, 오세희 소상공인 연합회장님 등이 파워를 보여준 만큼 오늘 토론회가 소상공인들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축사와 기념촬영 후 자리를 떴다. 기념사진 촬영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실무자들의 축사가 이어졌지만 이들의 축사 때에는 내빈석이 대부분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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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공기업 기관장들이 28일 개최된 ‘에너지 위기 시대, 난방비 폭탄 해결책은 무엇인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국회의원 5명과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 등 6명의 축사 및 기념사진 촬영이 끝난 뒤 서둘러 주제 발표했다. 천 실장은 소상공인 등 신청 가구에 대한 요금 분할납부 추진, 취약계층 에너지바우처 확대 등 이미 공개된 내용들을 5분 동안 부랴부랴 설명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천 실장에 뒤이어 주제 발표했다. 장 팀장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원인을 설명하는데 발표시간을 다 썼다.

정작 토론회의 주제인 소상공인 지원정책 관련 논의는 토론회 말미에 패널토론 참석자 4명이 10분간 지원요청하는 것에 그쳤다.

에너지 공기업 기관장들은 이날 토론회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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