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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무거운 첫걸음 딛는 임종룡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27 08:48

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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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는 항상 '합리적', '엘리트 관료'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이력은 말할 것도 없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국무총리실 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이른바 공무원이 꿈꾸는 주요 요직은 거의 경험한 셈이다.

어떤 자리에 가던 존재감이 확실한 것도 임 내정자가 가진 무기이자 장점이다. 위기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정면돌파를 택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에 기반한 최적의 선택을 한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KB금융을 제치고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대표적인 일화다.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에 1조원을 베팅하며 본입찰 참가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면서도 우리투자증권, 생명보험, 저축은행을 묶은 패키지 전체 가격에는 1조700억원을 써내며 고르게 베팅했다. 우리투자증권에 1조2000억원을 제시하고, 다른 계열사에는 마이너스를 써낸 KB금융과는 반대되는 전략을 가동한 것이다. 정부는 당시 우리금융 민영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계열사를 ‘패키지’로 매각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임 회장은 정부의 이러한 원칙을 정확히 꿰뚫고 현명한 베팅을 했다는 평가다.

금융위원장 재임 중에는 '거친 개혁'도 마다하지 않는 임 내정자 특유의 추진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임 내정자는 재임 기간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비롯해 자본시장 5대 개혁과제를 힘있게 추진했다. 이 중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IB에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의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을 통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공급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됐다.

그랬던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됐을 때, 금융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임 후보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런 임 후보자가 굳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어수선하고 굴지의 과제들이 산적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 이유가 있냐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임 내정자는 이때도 정면돌파를 택했다. 회장직에 도전하겠다고 천명하고, 자신을 관치라고 규정짓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서는 "왜 관치냐"고 반문하며 자신이 관치가 아닌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임 내정자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을 보유한 자신만이 우리금융지주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오른 인물들이 향후 혹시라도 낙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말을 아끼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임 내정자의 실력과 능력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간의 성공이 앞으로의 성공을 답보하지 않는다는 것은 임 내정자가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큰 과제다. 우리금융을 둘러싼 상황은 10년 전 임 내정자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았을 당시와 비교해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금융권은 현재 매일매일 보이지 않는 치(治)와 씨름 중이며, 우리금융이 거칠게 베팅할 만한 증권사, 보험사 매물도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경영 외적으로는 재임 기간 '관치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조직내 파벌 갈등 봉합, 당국과의 관계 개선 등도 해결해야 한다.

임 내정자는 우리금융 노조와 만나 우리금융의 일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임 내정자가 진정한 '우리금융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 회장과 우리금융 임직원들이 쌓아올린 역사들을 모두 '개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3년 뒤 오늘, 임 내정자가 NH농협금융 회장, 금융위원장을 넘어 누구보다 우리금융 직원들을 사랑했던 회장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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