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연속 인상을 종료하고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물가 수준이 예상경로 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의미에서다. 단 한은은 향후 미국의 긴축 수준, 중국의 경제 상황,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 등을 보고 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의 종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23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해 7번 연속(지난해 4·5·7·8·10·11월, 올해 1월) 인상됐다가 이날 동결로 결정됐다. 큰 틀에서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금통위원 중 조윤제 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 경로가 전망대로 이동하는 지 지켜봐야 하는 데다 정책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그동안의 통화정책 효과 등을 보기 위해서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연중 목표 수준(2%)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여러 불확실성 요인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금리 수준, 중국 경기 회복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 경기의 금융안정 영향,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를 동결시켰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 총재는 물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우려보다는 물가 경로에 따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3월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생각하고 있다"며 "예상하는 경로로 가면 굳이 더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가기 보다는 지금 수준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경로로 가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난해에는 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해 매회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이전에는 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해 왔다. 이번 결정은 이런 과거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금리 수준으로는 금통위원 5명이 3.75%로 열어두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최종 금리는 금통위원 1명이 현재 3.5% 수준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었고, 나머지 5명은 당분간 최종 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물가 경로에 대한 견해 차이로 최종 금리에 대한 생각이 나뉘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시점은 물가 경로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물가 경로가 예상에 부합해 장기 정책 목표인 2% 수준으로 가는 것이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되면 그 때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다"며 "그 이전에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소비자물가 성장률을 3.6%에서 3.5%로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로 낮추는 것이 상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물가가 현재 5%대에서 3%대로 내려가기까지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며 "중국이 어떻게 될 지, 미국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갈지 불확실성이 많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물가 경로가 변동한다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