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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에 발 벗고 나선 정부…효과 있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13 14:31

월례비 강요·부당금품 요구 등 불법행위 만연



정부 제도 개선 논의 수차례…이달 중 대책 발표



신고센터 운영·현장 점검 활성화 조치 시행 중



업계, "보복 우려 여전…근본적 시스템 개선돼야"

공사현장

▲정부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월례비 강요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올 들어 수차례 장관 주재 회의를 개최하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업계에 만연한 불법행위가 장기적으로 분양가 상승 등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근절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을 끊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민·관 협의체의 6차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달 11일과 19일에도 같은 주제를 다룬 민·관 협의체의 3·4차 회의가 진행된 바 있다. 회의 주요 내용은 △채용 또는 장비 사용 강요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과도한 월례비 강요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 운송거부 행위 △건설기계를 활용한 공사방해 행위 등이다.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공사현장에서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급여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부정 금품을 의미한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계약에 따른 월급을 받지만 시공사(통상 하도급사)로부터 별도 월례비를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월례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타워크레인 작업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공기 지연을 우려한 시공사는 이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실시한 피해사례 실태조사 결과 총 2070건의 불법행위 중 월례비 요구 등 부당금품 수취가 전체의 약 8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위 유형별로는 약 59%(1215건)가 월례비 요구였고 노조 전임비 강요 사례가 27.4%(567건)로 뒤를 이었다. 피해액 규모만 해도 피해액을 제출한 118개 업체 기준 최근 3년간 1686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 8일에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직접 경기 수원의 한 공동주택 공사현장을 방문해 월례비 수수, 부당금품 요구 실태 등 타워크레인 부당행위로 인한 피해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현장 방문 당시 "국민을 볼모로 행패를 부리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넘어선 부당 이득을 취하는 민폐 집단은 설 자리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더는 불법행위로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을 포기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 논의된 제도 개선 사항을 토대로 이달 중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LH는 법률 검토가 완료된 명확한 불법행위 사례들에 관해 형사상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실시해 건설업계 피해에 대한 처벌과 배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 건설현장 불법 점거 혹은 물리적 방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추가 설치, 안내방송, 플랜카드 설치 등도 진행할 방침이다.

SH공사는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히 공사 내부적으로 전담조직(TF)을 신설했다. TF 주요 활동은 △상시 감시체계 가동 △주기적인 점검 △불법 행위 처벌 요구 △직접시공제·적정임금제 정착 등 시스템 개선 등이다.

서울시 또한 불법행위 예방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9일부터 20일까지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서울시에서 발주한 총 161개 공사현장 중 8개 현장에서 28건의 불법행위가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약 5억원으로 파악됐다. 시는 관내에서 운영 중인 건설알림이에 불법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오는 17일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신고자의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된다.

협회에서도 원활한 신고 접수를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불법행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는 지난달 20일부터 ‘건설노조 불법행위 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사실상 불법행위를 막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피해 근로자가 불법행위를 신고할 경우 보복을 당하는 등의 우려가 있어 신고 자체가 쉽지 않았고 처벌 수위도 낮아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불법행위 신고센터가 운영됐지만 그 효과가 미흡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신고 시 익명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보복 우려가 크고 원도급사로부터의 공기 지연 압박이 계속되는 한 월례비 강요를 무시할 순 없는 게 현실"이라며 "건설업의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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