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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버는 것도 아닌데 이런 저런 비용 제하고 나면 매월 마이너스 되는 달도 많습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맞벌이 생활자 A씨의 자조스런 말이다. 그를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건 매월 급등하고 있는 전세자금대출 이자다. 그는 전세대출이 7억원에 매월 추가로 월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청약통장에 2000만원을 넣어놓고 올해에도 분양을 노려볼 예정이다. 어차피 월급받아도 대출로 다나가는 마당인데 집 한채 없는 것이 더 참담하다면서, 올해는 어떻게든 전세를 최대한 갚고 다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서 수도권 똘똘한 한 채 아파트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 그는 특히 강남권의 집값이 더 조정되길 원하고 있다.
성남에 사는 70대 B씨는 올해 11월 서울 개포동 한 재건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다. 30억원을 호가하는 대형 평수에 입주하는 B씨는 말 그대로 하우스푸어다. 젊은 시절 사업으로 종잣돈을 마련해 개포동에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이제는 은퇴자이기 때문에 취득세, 보유세, 매도시 양도소득세를 우려하고 있다. 그는 자식들에게도 말했다. 이 아파트는 자신의 노후라고. 욕심내지 말라고 했다. B씨는 지난 3일 정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를 제외하고 해제한 규제지역에 강남구도 포함시켜주길 고대하고 있다. 그는 아파트를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아 그 돈으로 수도권 인근 빌라로 이사가 임대사업을 하고 싶어한다.
계묘년 새해에도 부동산 시장 내 매도자와 매수자가 간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서로 희망하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reasonable price)이다. 하지만 한쪽은 가격이 더 떨어지길 바래고 있고, 다른 한쪽은 또 한번의 부동산시장 호황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올해 가장 원하는 건 규제해제뿐만이 아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등 대출의 빗장이 풀리고 무엇보다 통화 당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염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꺾이면서 작년 말 고점을 찍었고 기준금리는 조금더 올라갈 수 있겠지만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이자까지 하락 반전돼 지금이 부동산시장 바닥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에 비해 0.31% 하락했다. 지난해 5월 마지막주부터 35주 연속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낙폭은 지난해 말(-0.74%) 이후 4주 연속 둔화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어두운 터널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 미분양이 2018년 수준인 약 6만가구에 달하는 등 분양시장도 붕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 위험선으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에 가까운 수치이다. 특히 2023년 미분양은 8만2000가구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올해도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을 위한 더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반전의 열쇠는 금리 인하다. 역사적으로 금리 인하 후에 미분양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2009년, 2013~16년, 2019년에 금리 인하가 나타났고, 미분양이 감소했다. 결국 정부의 1·3 대책은 미분양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무주택도, 1주택도, 다주택자도 규제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청약하라는 의미다. 이로인해 이번 정책이 올해 청약시장 바로미터가 될 ‘둔촌 주공아파트’ 구하기라는 지적도 많았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완화에 더 높은 가격을 희망하는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고, 매수자는 여전히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수자 매도자 둘 다 고금리에 고통받고 있다. 결국 해답은 시장의 원리 회복에 있다. 이전 정부는 총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급등하는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마찬가지로 또 인위적인 손으로 시장에 개입한다면 집값 왜곡, 거래절벽, 미분양, 고금리 기조 등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