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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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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시장 개방 '허울' 논란…PPA 요금제에 "한전 갑질·횡포" vs "체리피킹 방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18 11:46

한전, 전기공급약관서 직접·간접 PPA 요금제 신설



재생E 전력 기본요금 kW당 9980원 단일요금 적용



대기업 산업용 최저 6630원보다 최대 1.5배나 비싸



"기본요금 인상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자에 대한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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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로고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소매 독점 둑 일부를 허무는 전력구매계약(PPA)제도가 허울 뿐인 전력시장 개방 논란을 빚고 있다.

PPA는 기업이 재생에너지에 한해 전력을 한전으로부터 사지 않고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직접 또는 한전 중개로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한전의 소매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지만 정부가 기업 RE100(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 조달) 이행방안의 하나로 도입했다.

하지만 기업이 PPA로 사용 전력의 일부만 조달하더라도 나머지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전력에 대해 전기요금을 기존보다 최대 1.5배 비싸게 지불하게 됐다.

이에 기업과 재생에너지 업계는 전력 소매 독점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한전의 갑질이자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이 현재 현실적으로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PPA로 일부 전력을 구매했다고 해서 한전이 나머지 전력에 대해서도 비싼 요금을 매기는 것은 전력 수요가 많은 기업 고객 잡아두려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전의 조치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기업의 RE100 확산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전은 기업의 ‘체리피킹’(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유리한 것만 선택하는 행위, 일종의 ‘먹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설비를 한전으로부터 값 싸게 제공받고 나서 한전 공급 전력 대신 다른 재생에너지 사업자 전력을 사게 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한전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전의 높은 PPA 요금 책정엔 다른 배경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전으로선 PPA 거래 허용이 다른 RE100 이행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사가 기업에 일반 전기를 공급하면서 웃돈을 받고 재생에너지 조달로 인정해주는 ‘녹색프리미엄’ 수요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산업용 전기요금제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자 전기요금제 비교표. (단위: 원/kW, 원/kWh)

구분산업용전력(을) 고압전력B 선택1요금/재생에너지 전력 고압전력B
기본요금(원/kW)6630/9980
전력량요금
(원/kWh)
경부하시간대87.9/88.087.9/88.094.9/95.1
중간부하시간대140.2/127.1110.2/97.2140.2/127.1
최대부하시간대221.4/204.5140.5/123.6196.4/179.4
자료= 한국전력 전기공급약관


◇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자, 한전으로부터 전력 구매하면 기본요금 최대 1.5배 더 받아

18일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르면 2050년까지 RE100 선언을 한 일부 기업들은 현재 사용하는 전력 일부를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전력의 물량 부족 등을 이유로 당장 모든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한전이 최근 신설한 PPA 고객용 전기요금제에 따르면 기업은 사용전력의 1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사온다면 나머지 90%는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해야 한다.

이 때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온 기업은 기존의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요금을 내지 않고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자 전기요금으로 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당사자 간 거래인 직접 PPA 또는 한전 중개 거래인 제3자 PPA 계약을 맺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자가 내야 하는 전기요금의 기본요금(고압전력B 기준)은 킬로와트(kW)당 9980원이다.

대기업이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경우 현재 주로 적용되는 전기요금제는 산업용전력(을) 고압전력B 요금이다. 고압전력B 요금의 기본요금은 3가지로 세분화돼 있다. 기업은 이 3가지 기본요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선택1요금의 기본요금은 kW당 6630원, 선택2요금은 kW당 7380원, 선택3요금은 kW당 8190원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자의 고압전력B 기본요금은 kW당 9980원 단일 가격을 적용한다. 산업용전력(을) 고압전력B 기본요금 최저치 6630원보다 1.5배 더 비싼 것이다.

전기요금의 기본요금은 한전이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갖춰야 할 설비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것이다.

기업들은 기본요금과 전력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을 매기는 전력량요금을 모두 고려해 요금제를 선택1∼3 중에 고를 수 있다. 기본요금이 비싸면 전력량요금은 싸고 기본요금이 싸면 전력량 요금은 비싼 구조다.

만약 전기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기본요금이 싸고 전력량 요금은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 더 저렴하게 전기를 쓸 수 있다. 전기를 자주 쓰지 않지만 일단 전기 공급 설비를 받아야 하니 기본요금을 덜 내는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기본요금이 싼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던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금이라도 사용하면 재생에너지 전기요금제를 써야 한다. 전기를 자주 쓰지 않아 기본요금이 싼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기본요금을 1.5배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 "전력 덜 사면 기본요금 높게 받아야 ‘체리피킹’ 방지" vs "새 전기 판매사업자 출현 거부감이 반영된 한전 횡포"

한전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면 한전으로부터 구매하는 전력량이 줄어들어 설비 유지비용을 유지하려면 기본요금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파악됐다.

전력량 요금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기본요금을 더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전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면서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덜 사와 시설 유지 부담을 높이는데 전력을 공급받는 시설 유지비를 다른 사업자와 비슷하게 내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봤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전력서비스를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사용하려는 ‘체리피킹’(먹튀)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에서 기본요금을 더 내는 만큼 전력량 요금은 비교적 더 저렴해진다고 덧붙였다.

한전 관계자는 "일반 고객과 달리 PPA 고객은 한전 중개 또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거래를 통해 사용량의 일정 부분을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설비에 대한) 용량은 한전과 거래한다"며 "이런 특성을 고려해 일반 고객과의 비용 형평성 확보와 적정 투자비 회수, 효율적 가격 신호 제공 등의 필요성에 따라 별도 요금제를 신설한 것이다. 현행보다 기본요금은 높고 시간대별로 요금 차등 폭은 축소했고 전력량 요금은 낮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면서 기본요금을 저렴하게 받으려는 것은 일종의 체리피킹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이 산업용에서 저렴한 기본요금의 전기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비싼 기본요금제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차별이자 한전의 횡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PPA로 전기를 공급받으면 기본요금 폭탄을 받게 됐다"며 "자체 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요금제가 바뀌지 않은데 왜 PPA를 한 경우만 요금제 변경이 강제되는지 의문이다. 한전이 새로운 판매사업자가 나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횡포라고 본다"고 밝혔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는 "한전이 재생에너지 PPA 전기요금 제도를 신설해 기본요금을 인상한 것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며 "기업이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것이 한전에 추가 비용을 유발하는 것이 아님에도 요금을 인상한 것은 불공정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업들이 이제 PPA를 시작하는 마당에 PPA 계약으로 전체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면 PPA 계약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며 "한전과 정부에 재생에너지 PPA 전기요금 제도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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