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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예고된 경기침체, 불가피한 고통분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15 18:06

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부장

CDSS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경제는 위기와 우려로 첫소식을 전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TSMC에 세계 반도체 매출액 1위 자리를 또 다시 내주게 됐다. TSMC는 반도체 업황 둔화에도 작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세계 반도체 매출액 1위 자리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TSMC의 작년 4분기 매출액이 6255억 대만달러(약 25조6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6360억 대만달러)를 하회했다고는 하나, 기술력과 규모만으로 반도체 1위 자리라는 성과를 달성한 것은 그들(대만)에겐 자랑이자 우리에겐 뼈아픈 현실이다.

실적 부진은 결코 삼성전자만의 아픔은 아니다. LG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1% 급감했다. 21조8597억원의 분기 최대 매출액을 달성하고도 원자재값, 물류비 인상 등으로 겨우 영업적자를 면하는데 머물렀다.

기업들의 상황이 이러하니 수출지표도 좋을리 없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반도체 등 수출이 급감하면서 3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1월 1~1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138억6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5% 급감했다. 매년 기업들 CEO 신년사에서 반복돼왔던 ‘경제위기’라는 단어가 올해처럼, 연초부터, 즉각적으로 기업들 피부에 와닿았던 적이 있었는지 새삼 돌이켜보게 된다.

경제 불안정과 실물경제 위축이 외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한숨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가격 상승 등 대내외 요인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국내 기업들과 경제를 옴싹달싹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기업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증가세 둔화와 수요부진에 따른 위기가 닥쳐올 것으로 보고 사업 확장보다는 비용 절감, 투자계획 보류 등에 초점을 맞추며 극도로 몸을 사렸다. 주요 기업들이 예년보다 대표이사 및 사장단 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하루라도 빨리 조직 완성도를 높여 대내외적인 경제 현안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보여진다.

설상가상으로 기업들의 자금사정 또한 녹록치 않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자회사인 SK온은 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 튀르키예 제조기업 코치와 함께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키로 했지만, 최근에는 사업 계획을 전면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 도는 설대로 사업이 중단될 경우 연초 경기 침체 본격화, 고금리 기조로 글로벌 자금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이 실제 투자를 철회한 주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은 위기가 위기라고 토로할 만한 여유조차 갖기 어렵다. 이 순간에도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촌각을 다투고 있다. 1분 1초라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거듭 곱씹게 된다. 기업들만 잘해서는 위기를 극복하기 요원한 것처럼, 반대로 정부의 지원만으로는 모든 상황을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없다.

올해도 물가 상승, 금리인상의 영향은 경제주체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 제한적이나마 완충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 추가 인하를 검토한다면 기업들은 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기 발표된 기업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다.

복합위기로 시작한 2023년이다. 우리 경제가 그간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업과 정부 등 개별경제주체가 고통을 분담하며 본연의 역할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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