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구동본

dbkooi@ekn.kr

구동본기자 기사모음




[데스크 칼럼] 걱정을 가불하지 않는 새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1 08:57

에너지경제 구동본 정치경제부장/부국장

구동본

▲구동본

희망을 노래해도 모자랄 새해에 걱정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단해 걱정거리가 늘어서일 것이다. ‘비상’, ‘위기’ 등 단어가 최근 부쩍 많이 크게 들린다. 그래서 일까. 새해를 맞았어도 사람들의 마음은 얼음처럼 꽁꽁 얼어 있는 것 같다.

새해 사방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여기저기 온통 빨간불이다. 특히 경제에 거센 찬바람이 분다. 국내외 대다수 경제기관들이 새해 우리 경제의 1%대 성장을 전망했다. 통상 낙관해야 할 정부가 더 비관적이다.

그간 우리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왔던 수출이 갈수록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주력 반도체산업이 깊은 겨울잠에 들었다. 나라 경제가 급격히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 드는 양상이다.

거시경제 지표 전망 만 어두운 게 아니다. 실물경제도 비상이다. 한국경제의 간판기업 삼성그룹의 모든 계열사 사장들이 지난 연말 한 자리에 모였다고 한다. 긴급회의를 갖고 위기상황을 공유하며 대책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단 회의는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 폐지 후 6년 만이다.

사정이 이러니 곳곳에서 구조조정 칼 바람 얘기가 들린다. 명예퇴직이 금융권 중심으로 늘고 있다. 철밥통이라는 공공기관이라고 무풍지대에 있지 않다. 2025년까지 전체정원(44만 9000명)의 2.8% 수준인 1만 2442명을 줄이기로 했다. 14년만의 공공기관 인력 감축이라고 한다. 그 파장은 장년·노인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그치지 않는다. 청년들도 고용 빙하기를 견뎌내야 할 수밖에 없다.

민생은 숨 넘어가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서민들을 짓눌렀던 고물가·고금리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물건 값 안 오른 것을 찾기 힘들다. 새해 벽두부터 전기 등 공공요금마저 줄줄이 인상됐다. 가뜩이나 팍팍한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한다.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간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갭 투자로 막차 타고 집 장만한 청년들이 천장을 모르고 오르는 금리에, 떨어지는 집값에 신세 한탄하며 눈물짓고 있다. 참 가슴 아프다. 얇은 주머니 사정에 생활이 쪼들리고 팍팍한데도 장 바구니 물가는 무정하게 올라가기만 한다. 내핍은 분명 고통스럽다.

하지만 걱정할 게 없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하지 않나. 눈을 들어 높이 멀리 보면 모든 게 그저 작은 일상일 뿐이다.

"걱정을 사서 한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풀면 걱정을 돈 줘가면서까지 한다는 뜻이다. 쓸데없이 미리 걱정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늘 걱정을 한 가득 안고 산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가불까지 해서 걱정한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죽했으면 성경에 "걱정하지 말라"가 무려 365번이나 나올까. 사람들은 누누이 "걱정하지 말라"는 절대자의 말조차도 믿지 못하고 걱정을 많이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에 지레 겁부터 먹고 근심할 필요는 없다. 걱정하는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걱정과 고민을 통해 대처방안을 찾을 순 있다. 그렇더라도 그 대처방안이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다. 걱정을 한다고 안 될 일이 되고 걱정을 안 한다고 될 일이 안 되지 않는다. 사서 하는 걱정은 부질없는 것일 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 걱정하는 게 사치다. 우리는 과소비와 거품을 얘기하며 그 어느 때보다 풍요 속에 살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먹고 입는데 정말로 어려움을 겪고 살 집이 없어서 고통 받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삶의 기초인 의식주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해도 크게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빈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눈높이의 차이가 커지고 있는 점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이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잃은 것, 가지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말고 이미 얻은 것, 가진 것, 이룬 것에 만족한다면 걱정할 게 뭐가 있을까. 부족하지만 얻거나 가진 것, 이룬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보람을 갖고 감사했으면 한다.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감량하면 건강을 되찾지 않는가. 집값이 떨어지면 세금 덜 내고 집 살 기회가 온다.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다.

우리에게 위기는 곧 기회다. 우리는 식민지 질곡을 견뎌냈고 참혹한 전쟁도 겪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고통스러웠던 외환위기·금융위기도 이겨냈다. 외환위기의 조기 극복에는 세계인들도 놀랐다.

그 이후 오히려 국운이 더 상승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섰고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한류는 이미 글로벌 문화의 대세다. 한국어의 매력은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영화나 스포츠도 국제무대에서 잇달아 낭보를 전해준다.

코로나로 인한 3년간의 어두운 터널에서도 빠져나오고 있다. 출구의 끝에 섰다. 그 사이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일상을 바꿔가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새해엔 모두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위기에 강한 우리 스스로를 믿고 위로하며 여유와 즐거움을 찾고 파이팅하기 바란다. 물질 만능시대를 살면서 소홀히 해온 정신문화를 채우는 일도 새해 다짐 목록에 올려놓으면 어떨까.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날 노래 한 곡 추천한다. 가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중략)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