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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해 기준금리 인상, 주식시장 부진에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순자산총액 80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수익률 상위권은 인버스 상품이, 순자산총액 상위권은 금리 추종형 상품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금리인상, 경기 둔화 등으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 성과가 양호했던 적립식 투자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단기물에서 장기물로 이동하는 채권형 ETF의 움직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방할 수 있는 주식 테마형 ETF를 주목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 올해도 국내 ETF 시장 성장...수익률 상위권은 ‘인버스‘, 순자산총액은 ‘금리형‘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ETF의 순자산총액 규모는 79조7181억원으로, 전년 말(73조9675억원) 대비 5조7506억원(7.77%) 증가했다. 전년 증가폭(42.1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장세는 유지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돌파했으며, 이달 1일 82조6991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총 ETF 상장종목 수도 666개로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올해 새로운 유형의 ETF가 다수 출시된 것이 시장 규모 증가 및 종목 다양화에 기여한 요인으로 보인다. 먼저 타깃데이트펀드(TDF)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TDF ETF 13종, 분배금을 월마다 지급하는 월 분배형 ETF 9종이 등장했고, 올 하반기에는 존속기한이 있는 채권형 ETF 10종과 단일 또는 소수 종목과 채권을 결합한 신 혼합형 ETF 7종이 출시돼 장기·안정적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수요에 부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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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 추이.(자료=한국거래소) |
ETF별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1위는 국제 유가 상승의 수혜를 입은 ‘KODEX 미국S&P에너지’가 66.75%를 기록했다. 2위부터 5위까지는 코스피200 지수를 2배 역추종하는 미래에셋·한화·키움·삼성자산운용의 ‘곱버스(인버스 2배)’ ETF로, 고금리에 따른 약세장 수혜를 보며 평균 50% 초반 수익률을 보였다.
ETF별 순자산총액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 이 순자산총액 5조31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 KIS’(3조3386억원), 3위는 ‘KODEX KOFR금리액티브’가 차지해 금리 혜택을 받는 상품들이 상위 순위를 차지했다. 인버스 ETF의 경우 수익을 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바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어, 순자산총액이 크게 유지되지는 않았다. ETF 유형별로는 연초 이후 지난 26일까지 전체 주식형 ETF 순자산총액이 10.89% 감소(46조5541억원→41조4823억원)한 반면, 채권형 ETF는 40.16% 증가(8조8155억원→12조3555억원)해 증시 부진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ETF 운용사 중에서는 삼성자산운용(33조9897억원, 42.96%)이 시장점유율 업계 톱을 유지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29조6677억원, 37.51%)과 KB자산운용(6조5688억원, 8.30%)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전년 말 대비 모두 순자산총액이 증가했으나, 이외 한국투자신탁운용(2조9714억원, 3.76%), 키움투자자산운용(1조7581억원, 2.22%), 한화자산운용(1조4531억원, 1.84%), NH아문디자산운용(1조4470억원, 1.83%)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NH아문디자산운용의 ETF 규모는 올해 업계 5위에서 7위로 하락했다. 8위 신한자산운용(7514억원, 0.95%)은 전년 말 대비 26.32%의 큰 성장세를 보였다.
◇ "내년도 약세장 지속...‘지키는 투자’ 속 주식·채권형 움직임 살펴야"
올해 ETF 투자자들은 고금리 기조에 휩쓸린 증시 영향으로, 단기간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 금리 인상 수혜를 받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에 장기 적립식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 증권가에서는 내년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시점에도 경기 침체 우려가 있는 만큼 올해와 같은 적립식 매수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여전히 ‘버는 것’보다는 ‘지키는 것’을 우선순위로 잡아야 한다"며 "올해 글로벌 대표 지수들은 꾸준히 고점이 낮아졌지만, 그럼에도 적립식 매수 기법을 채택한 투자자들은 손실 폭을 제한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기관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 피크 시기를 중요하게 보는데, 채권형 ETF의 경우 피크 이전에 단기물에서 장기물로의 포지션 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는 내년에도 국내 ETF 시장의 성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주식 테마형 중에서는 우주항공이나 방산 쪽이 선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