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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에 접안해 있는 선박에 화물이 실려 있다. 연합뉴스. |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IMO의 환경규제(EEXI/CII)가 시행된다. 에너지효율지수(EEXI)는 총톤수 400t 이상의 현존선의 용량과 속도 대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 감축하는 제도다. EEXI 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속도제한’이 꼽힌다. 통상 선박의 속도가 두배가 되면 연료 소비량은 세제곱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엔진출력제한 장치를 통한 저속 운행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다.
선박의 속도를 낮추는 것이 해운사들의 경쟁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박 건조 시 엔진에 옵션을 달아 쉽게 개조가 가능한 선박도 있지만, 모든 선박이 그렇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경제성이 없는 배들이 속출하고 폐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운사들의 ‘컨테이너선’들은 전세계 여러 항만을 일정 시간차를 두고 돌아다니며 화주의 물건을 옮긴다. 예컨대 ‘7일’에 한번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박의 속도가 줄어들면, 입항 간격이 8일-9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정해진 입항 간격을 맞추기 위해선 항로에 선박을 추가 투입해야만 한다. 이때 해운사들은 선박을 빌리는 ‘용선’ 비용과 운영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탄소집약도 등급제(CII)도 문제다. 규제에 따라 총톤수 5000t 이상의 선박은 2026년까지 연간 2%씩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선박은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A(높은등급)부터 E(낮은등급)까지 등급을 부여받고, 3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E등급을 한번이라도 받으면 탄소배출량 개선 계획(Action Plan)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벙커C유 등 탄소배출량이 높은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들을 저탄소·무탄소 연료 사용 선박으로 대체해야 한다. 해운사들은 이미 LNG·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 선박 확보에 나서고 있다. 덴마크의 해운 선도기업 ‘머스크(Maersk)’는 메탄올을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낙점하고 올해까지 총 19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조선사에 발주했다.
해운사들은 이번 환경규제가 수익성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운사들의 92%는 환경규제의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 부정적 응답의 주된 이유는 수익성악화(49%), 개조·신조·폐선 비용 발생(44%)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현재 중대형 선사를 제외한 선사 중 70%는 환경규제 대응 인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환경규제로 대응할 여력이 없는 영세 해운사들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1∼2년은 해운업계 호황이었지만, 그 전까지 장기간 불황이었기에 이에 맞출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