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송두리

dsk@ekn.kr

송두리기자 기사모음




CEO 연임 없는 은행권...당국은 부인해도 금융사는 '눈치보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23 17:22

농협·대구은행장 신규 선임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줄줄이 교체



당국 수장들, CEO 인사 공개 언급

금융권 "관치금융으로 자율경영 간섭" 반발

"내년 임기 끝나는 CEO 인사에도 영향"

에너지경제

▲주요 시중은행.(사진=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은행권의 최고경영자(CEO) 연말 인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가운데 대부분의 CEO가 교체되는 이변이 생겼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은행권 CEO가 줄줄이 바뀌고 있고 외풍 논란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관치 금융’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내년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금융권 수장들도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NH농협금융지주는 차기 NH농협은행장에 이석용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을 내정했다. 앞서 농협금융은 회장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발탁했고 이날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도 교체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권준학 현 농협은행장은 지난해 1월에 취임해 2년의 임기를 채우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농협은행장의 경우 그동안 연임 사례가 거의 없었기에 이번에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앞서 농협금융 회장에 관료 출신이자 윤석열 캠프 출신인 이석준 내정자가 발탁되면서 이같은 예상에 더욱 힘이 실렸다.

DGB대구은행장도 새 인물이 선임됐다. DGB금융그룹은 지난 21일 황병우 DGB금융지주 전무를 차기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했다. 2020년 10월 취임한 임성훈 현 대구은행장의 연임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결국에는 새 인물을 행장으로 선임하며 임 행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 후 금융권의 수장들의 교체 움직임이 나타나며 연말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불 것으로 예견됐다. 11월에는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은 Sh수협은행장 선출 과정에서부터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의 조기 사의 등으로 수장들의 교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어 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용퇴를 결정하고,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도 물러나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 회장 중 연임 사례는 한 차례도 생기지 않았다. 수협은행을 비롯해 전북은행, 광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대구은행 행장들도 새 인물을 발탁하며 모두 교체됐다.

은행권 CEO의 잇단 교체가 현실화되면서 관치금융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외압 의혹에 선을 긋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금융사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CEO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용퇴를 결정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존경스럽다"고 표현을 하며 당국 생각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관치 논란에 대해 "주인이 없는데 CEO가 주변에 우호적인 세력만 놓고 (이사회를) 운영하는 것은 맞는 것인가"라며 "관치는 문제가 있지만 합리적인 접점은 필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당국 수장들의 행보에 "그냥 관치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 대부분, 예컨대 수신금리 경쟁자제, 은행채 발행자제, 국책은행 본점 지방 이전, 금융사 CEO 인사 개입 등이 모두 정부 주도"라며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가장 큰 위기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정권이 금융사의 자율경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관치금융이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금융노조는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관치미화 낙하산 옹호 금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관치금융 논란이 커질 수록 내년 금융권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후임 행장 후보들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내년 3월에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임기가 만료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2017년 카카오뱅크 출범 때부터 카카오뱅크를 이끌고 있다. 안감찬 BNK부산은행장, 최홍영 BNK경남은행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에 연임이 예상됐던 CEO들도 용퇴 결정을 한 것에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당국이 CEO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데도 금융사가 CEO 연임을 강행하면 향후 금융사들이 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감독·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나타나던 보은 인사는 주로 금융 공공기관에서 일어났는데 올해는 민간 금융사도 대상이 된 것 같다"며 "금융당국이 관치 논란을 의식하고 부인을 하고 있지만 당국 입장이 이후 인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