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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끌어안는 한투, '윈윈' 시너지 기대되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22 17:19

모·자회사 보유 카뱅 지분 한투가 흡수

1주 차이로 2대 주주 올라



자기자본 최대 3조원 증가 가능성, 미래에셋 턱 밑 추격

올해 부진한 카뱅도 성장성 개선 기대...해외 사례도 존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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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카카오뱅크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계열사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을 흡수하며 카카오뱅크 2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이번 취득으로 한국투자증권 자기자본이 기존 7조원대에서 10조원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경우 증권업계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증권을 따라잡고, 자본건전성 면에서도 한시름 덜게 된다. 올해 주가가 크게 하락한 카카오뱅크 역시 한국투자증권과의 시너지 강화로 미래 성장성에 대한 의혹을 떨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이날 자사와 한국투자밸류운용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주식을 모두 한국투자증권에 매도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하게 될 카카오뱅크의 지분은 총 27.18%로, 카카오(27.18%)에 이어 2대 주주로 오르게 됐다. 보유 주식 수는 1억2953만3724주로, 카카오(1억2953만3725)보다 단 한 주 모자란다.

금투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취득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가 크게 뛰어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모기업 한국금융지주가 이번 지분 취득 금액에 상당한 금액을 한국투자증권에 유상증자하고, 완전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지분 매각대금만큼 배당을 통해 다시 한국투자증권으로 보전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미 이날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이 운영자금 등 3000억원을 조달하고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는 총금액은 3조4132억원이다.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7조421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0조8000억원대까지 크게 뛰어오를 수 있다. 자기자본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10조9915억원)을 바짝 따라잡게 되며, 턱밑까지 쫓아왔던 NH투자증권(7조3117억원)과의 차이를 대폭 벌리게 된다. 별도기준 자기자본도 9조6000억원대에 안착해 NH투자증권(6조8100억원)을 제치고 2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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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현재 전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로 현금 확보에 골치를 앓는 점을 감안하면, 자기자본 확대는 가능성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자기자본이 10조원까지 불어나면서 한국투자증권이 영위할 수 있는 사업도 많아지게 된다.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발행어음 한도가 자기자본의 2배까지인 만큼, 최대 20조원어치까지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일 때 가능한 종합투자계좌(IMA)와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도 영위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이미 한국투자증권은 과거 카카오뱅크에서 한국투자증권 주식계좌 개설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최근에도 카카오뱅크 앱에서 국내주식 투자 제휴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한 바 있다. 또 올 8월부터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와 업무협약을 맺고 발행어음 거래 서비스를 24시간 운영하는 등, 인터넷은행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오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 확대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규모는 실제 지분 취득 절차가 마무리되고 나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카카오뱅크와의 시너지를 노릴만한 새로운 서비스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도 이번 소식은 반갑다.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2만6350원으로, 상장일인 지난해 8월 19일(9만2000원) 대비 70%가량 폭락한 상태다. 올해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단순한 수익구조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2위인 한국투자증권과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며 추후 더욱 다양한 사업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증권사와의 시너지를 제고해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일본 SBI스미신넷뱅크는 계열사 SBI증권과의 시너지로 업계 1위로 올라선 바 있다. SBI스미신넷뱅크 예금 계좌와 SBI증권의 주식계좌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예금 상품을 출시, 계좌에 잔액이 있으면 SBI증권의 현물 거래 매수대금이나 신용거래 필요 보증금 등에 사용이 가능케 하는 서비스 등이 히트했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과도 계좌제공 협약을 맺는 등 여러 활로를 찾는 중이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최근 국내 주식거래 및 증시 뉴스 확인 등 증권 관련 핵심 기능을 마련해 앱 내 주식 거래 커버리지를 완성한 것도 그 배경이 아닐까 한다"며 "내년 마이데이터 및 펀드 판매 서비스 등을 준비하는 등 카뱅의 성장성 의혹을 털어낼 수 있는 플랫폼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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