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윤하늘

yhn7704@ekn.kr

윤하늘기자 기사모음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증권사, 혹독한 구조조정 칼바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21 14:24
증시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국내 증권사 구조조정 한파가 거세게 불고 있다. 지점 축소와 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은 물론, 1년 계약직 연장도 불가능해지면서 수익성 악화 방어를 위한 비용절감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5일까지 희망퇴직 대상자를 모집했다. 적용 대상자는 1982년 12월 1일 이전 출생한 정규직원이다. 단, 2017년 1월1일 이후 입사자와 내년 임금 피크제 진입 예정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이투자증권도 최근 1967년생까지, 20년 근속 및 2급 부장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대상자들이 전체 정규직 인원의 50%가량으로 전해졌다.

다올투자증권도 지난 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승인 대상 심사를 마친 상태다. 해당 증권사 경영 관련 직무에서는 상무급 이상 임원이 전원 경영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재신임 여부는 연말 재계약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직 직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국내 36개 증권사 임직원( 지난 3분기 말 기준)은 총 3만8254명으로 이 중 계약직원은 1만1377명이다. 이는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1년 단위 연봉 계약직이 많은 증권사 특성상 수익성이 악화한 부서부터 재계약이 불발되고 있다. 그간 증권사 실적에 큰 기여를 해왔던 기업금융(IB) 부문과 법인·채권 등 영업직군에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달 법인부(법인 상대 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부서에 소속된 임직원 약 30명 중 일부는 재계약 대상에서 빠졌고, 일부 직원은 재계약 전, 자진 퇴사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채권구조화팀 6명 전원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대다수 계약직원의 재계약 갱신이 12월에 몰려있는 만큼 이달 중 본격적인 감원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점 감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59개 증권사의 국내 지점 수는 898개로 지난해 말(919개) 대비 21개가 없어졌다. 오프라인 점포는 지난 2020년 1000개가 붕괴된 이후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증권 상품 방문판매가 가능해진 만큼 지점 통폐합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증권사 업황이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여전히 긴축기조를 고수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철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만기 도래 등 각종 위기들이 몰려오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도 구조조정과 지점 축소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황을 둘러싼 악재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내년에는 중소형사 뿐만 아니라, 대형증권사도 인원 감축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인력 구조조정과 정부의 유동성 공급 등으로 업황둔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며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일부증권사의 경우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yhn770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