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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중은행. 연합뉴스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5일 기준 693조6469억원으로, 작년 말(709조529억원) 대비 15조460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포함)은 1년 사이 6조3564억원(505조4046억원→511조7610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은 18조2068억원(139조5572억원→121조3504억원) 급감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월별 통계에서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10월 기준 902조6670억원으로, 작년 12월(910조1049억원)보다 7조4379억원 감소했다. 동기간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까지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역시 9조6812억원(작년 12월 1261조4859억원→1251조8047억원) 감소했다.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월별 통계는 지난 2003년 10월부터 집계됐는데, 지금까지 18년간 예금은행은 물론 전체 예금취급기관 기준으로도 연말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말보다 줄어든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5대 은행 및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상황 등으로 미뤄 볼 때 첫 감소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가계대출의 뒷걸음질은 대출자들이 감당하기에 금리가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뛰어서다. 올해 초 4%대 후반대였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최근 8%에 바싹 다가서자 대출자들은 신용대출을 서둘러 갚고 있다. 부동산·주식·코인 시장도 차갑게 식으면서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노린 대출 수요도 급감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주요 은행들은 아직까지도 당국으로부터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 주문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최근 수년간 가계대출이 계속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매해 12월 초쯤 은행들로부터 다음 해 가계대출 증가액·증가율 허용치 제출, 의견 교환 및 목표 조정을 요구해온 바 있다. 작년에도 가계대출 억제가 최우선 경제 과제로써 주요 시중은행에 2022년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4∼5%에 맞추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이에 은행들도 일괄적으로 4% 안팎의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제출했었다.
하지만 시중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는 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에 관한 아무런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계대출이 부진해 사실상 정부가 처음으로 대출 총량 관리를 중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가계대출과 달리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73조6505억원(635조8879억원→709조5834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기업대출은 최근 정부가 채권시장 경색 등의 해법으로 은행에 기업 대출 확대까지 요청하고 있는 만큼, 기업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겠다고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대출 감소 현상이 나타나자 최근 은행들도 자발적 금리 인하에 나섰다. 취약계층 지원 등 명분도 있지만, 은행의 가장 중요한 이익 기반이 가계대출 자산인 만큼 수요를 끌어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이 오는 1월 2일부터 전세대출 고정금리를 최대 1.10%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9일부터 신규코픽스(6개월 변동)를 따르는 전세대출의 금리를 0.65∼0.85%포인트 인하했다. KB국민은행도 금리 인하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