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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중징계' 벗어난 손태승 회장...눈앞에 놓인 갈림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15 17:09

금감원 소송 제기 약 2년 만 '문책 경고 취소' 대법원 판결



손 회장, 사상 최대 실적·라임 제재 없었다면 연임 '청신호'



현 정부, 금융사 CEO 교체 기류...소송 VS 수용 모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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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 만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징계 리스크를 해소했다. 그러나 지난달 금융당국이 손 회장에 라임 사태 관련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를 이유로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내림에 따라 우리금융과 손 회장은 또 다시 정면대응과 중징계 수용이라는 선택지를 마주하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교체되는 점을 고려할 때 손 회장이 재임 중인 상태에서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금융지주사 CEO가 당국의 제재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난 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칫 법원 판결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손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대법원 판결 이변 없었다...손 회장 '문책 경고 취소' 확정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5일 손 회장 외 1명이 우리은행의 DLF 판매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문책 경고 등 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손 회장의 문책 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이번 소송은 손 회장과 금감원 간의 소송을 넘어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 CEO에 중징계를 내릴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에 대한 법리를 확립해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이다.

손 회장이 DLF 사태 관련 문책 경고의 중징계 처분에서 승소한 것은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 만이다. 금감원은 DLF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 3년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3월 4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제재안이 확정된 이후 손 회장은 법원의 징계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며 손 회장에 대한 승소를 확정했다.

우리은행 측은 "사모펀드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존중한다"며 "그간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해 보상을 완료하는 등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당국의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 개선 T/F의 개선방향도 선제적으로 반영해 모범적인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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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회장 DLF 중징계 취소소송 재판 일지.


◇ 라임 제재 없었다면...손 회장 연임 ‘청신호’


손 회장은 2020년 3월 연임을 확정한 후 지금까지 실적, 리스크 관리 등 다방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조6617억원으로 작년 연간 순이익(2조5879억원)을 뛰어넘었다. 올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3조1239억원으로 2019년 지주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 3조원대를 앞두고 있다.

손 회장의 재임 기간이 타 금융지주사 회장과 다른 점도 눈길을 끈다. 통상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의 경우 취임 초기 3년의 임기를 부여받은 후 성과에 따라 최대 9년(3연임)까지 재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경우 2019년 1월 14일 지주사 재출범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을 겸직하는 구조였다. 우리금융은 이듬해 3월부터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 체제를 마무리하고, 다른 지주사처럼 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 운영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의 지주사 출범 역사를 고려하면 2020년 3월 손 회장의 연임은 당시 CEO 개인의 성과는 물론 금융그룹 지배구조 체계 안정화 등을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 DLF와 달라진 분위기...'최적의 선택' 고심 중인 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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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손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이날(15일) 대법원 판결로 금감원의 DLF 중징계를 취소하는데 성공했지만, 지난달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임 사태 관련 문책 경고 상당의 제재를 받으면서 또 다시 기로에 놓였다. DLF 사태와 달리 이번 라임 사태에 대해서는 손 회장에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을 내세웠다. DLF 최종심에서 승소한 손 회장은 다시 한 번 DLF 사태와 같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 제기 등의 수순을 밟고, 연임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재임 기간 당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특히나 최근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고, 연임이 유력시됐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마저 용퇴를 결정한 점도 손 회장의 고민을 더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DLF 사태와 달리 라임 사태의 경우 자칫 손 회장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당국과의 법적 다툼을 넘어 현 정권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고 오랜 기간 금융사 CEO를 지낸 이들이 순차적으로 물러나는 분위기"라며 "지금은 어떤 금융사 CEO도 현 정권의 이러한 기조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손 회장이 과거 다른 금융권 CEO처럼 조직의 안정화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고,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인 차원에서 명예를 회복하고, 당국과의 마찰에서 불거질 수 있는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중징계를 받은 CEO가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칫 사법부에 당국의 제재안을 일부 수용한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금융지주사 회장 재임 중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법원의 향후 판단에 대한 유불리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과 우리금융이 현재까지도 향후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변수들 사이에서 ‘최적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우리금융은 대법원 판결 다음날인 오는 16일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손 회장 거취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오갈지 주목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손 회장을) 코너길까지 몬 상황에서 손 회장이 시장의 예상과 다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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