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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의 오프라인 명품 시계 편집숍 ‘라움워치’에서 전문 상담사가 고객에게 시계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LF |
14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조2100억원에 그쳤던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14조9964억원으로 약 22% 늘어났다. 올해는 1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주력 소비층인 명품 마니아를 중심으로 소비가 지속되고 있지만 최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제품 특성상 일반 소비자의 진입이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과거 ‘허영심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명품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트렌드에 힘입어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진 20∼30대 MZ세대를 중심으로 명품렌탈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명품렌탈 서비스는 매월마다 결제하는 점에서 할부와 공통점을 지녔다. 통상 할부는 구매 확정과 함께 대급 납부만 나눠서 내는 것으로 해지가 어렵지만, 렌탈 서비스는 제품 구매 없이도 물건을 사용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해지가 용이하다는 장점으로 차별성을 띤다.
문제는 명품을 취급하는 대다수 주요 패션 기업·패션 플랫폼이 현재 명품렌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탓에 국내 소비자의 명품쇼핑 선택권이 좁다는 점이다.
LF·신세계인터내셔날·이랜드·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위시해 무신사·발란·머스트잇·트렌비 등 국내 패션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 가운데 명품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최근 명품시계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LF가 유일했다.
패션 버티컬 플랫폼 중에는 필웨이·리본즈, 이종업계로는 삼성그룹 광고 계열사 제일기획의 플랫폼 ‘겟트’가 전부였다.
LF가 시작한 명품시계 대여 서비스도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LF는 지난해 9월 선보인 오프라인 명품시계 편집숍 ‘라움워치’를 통해 총 1만5000개에 이르는 중고 명품시계 제품마다 계약기간·보증금·렌탈료를 책정해 대여해 주고 있다.
렌탈 조건으로 생활 스크레치를 제외한 파손·분실의 책임은 사용자가 지고 전액 유상처리해야 한다. 기간은 최소 6개월부터 시작하며, 렌탈 비용은 1년 기준 매월 100만원에서 1200만원까지로 상품과 재고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명품 렌탈 플랫폼 필웨이와 제일기획의 겟트는 최대 36개월의 장기 렌탈을 내세워 보통 12개월에 그친 일반 할부 기간과 차별화를 줬다.
특히, 겟트는 일종의 할부 개념으로 장기렌탈 기간이 끝나면 소유권이 사용자에게 이전된다. 이 밖에 리본즈가 제공하는 렌탈서비스 ‘렌트잇’은 하루 단위처럼 단기로 빌릴 수 있는 ‘리저브’는 물론, 1개월 단위로 대여 가능한 멤버십 구독 서비스로 세분화해 경쟁력을 높였다.
그럼에도 패션업계는 명품 수요가 상승세인 점을 고려해 렌탈 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시스템 구축에 드는 투자 규모와 비교해 수익성이 낮다는 점에서 쉽게 진출하기 어렵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대여 사용자의 관리 방식도 천차만별이라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대처하는 기준도 불분명해 고충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 개발·추가 인력 배치하기까지 예상 투자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면서 "대여상품 관리도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페널티 부여 시 고객과 합의점을 찾는데 큰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