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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대대적인 ‘쇄신’을 단행했다. 하나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물론 하나증권, 하나카드의 CEO를 모두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함 회장이 내년이면 취임 2년차를 맞이하는 만큼 외환은행 출신인 이승열 하나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발탁해 통합에 방점을 찍는 한편, 비은행 계열사에는 조직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승열 하나은행장 후보, 최초 외환은행 출신 행장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이번 관계사 CEO 인사는 최근 금융지주사 주요 CEO들이 대폭 교체되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서는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가운데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이사는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부회장의 경우 그룹 내 유일하게 부회장직을 맡고 있고, 하나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함 회장은 3곳의 관계사 CEO를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단연 이승열 하나은행장 후보다. 이승열 후보는 1963년생으로 한국외환은행에 입행해 하나금융지주, 하나은행 CFO(재무총괄), 하나은행 비상임이사, 하나금융지주 그룹인사총괄 등을 거쳐 현재 하나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그룹 내에서 ‘재무통’으로 불린다. 하나금융에서 외환은행 출신이 하나은행장에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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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이승열 하나은행 대표이사 은행장 후보,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 후보,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후보. |
이는 함 회장이 2015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통합 하나은행장을 역임하며 하나은행, 외환은행의 통합을 진두지휘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이미 두 은행이 통합한 지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출신 성분’을 제외하고 오직 경영능력, 리더십 등 CEO의 주요 덕목을 중심으로 발탁된 인사가 바로 이승열 후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특히나 최근 같이 금융시장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차기 하나은행장이 전 조직 구성원들과의 원만한 소통을 바탕으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하나금융의 지론도 이 후보를 선임한 배경으로 꼽힌다. 하나금융 측은 "외환은행 출신 인물이 하나은행장으로 선임된 것은 과거 하나은행, 외환은행과의 통합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이 후보는 어려운 금융 환경 속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신념과 원칙에 기반해 조직을 원활히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 계열사 CEO 인사 조기 단행...잡음 해소, 조직안정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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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하나증권에는 그룹 내 자산운용 전문가인 강성묵 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을 내정했다. 강 후보는 하나은행에서 영업지원그룹, 경영지원그룹, 중앙영업그룹의 그룹장을 담당했으며, 하나UBS자산운용에서 리테일 부문 총괄 부사장을 거쳐 현재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이은형 부회장은 2020년 3월 그룹 부회장에 이어 지난해 3월 하나증권 새 대표이사로 선임돼 소방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이 부회장은 그룹글로벌총괄에 전념하는 한편 강 후보는 자산운용, 대체투자 부문의 강점을 살려 리테일과 자산관리(WM)을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중책을 맡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출신이면서 대체투자, 자본시장을 두루 경험한 인물은 보기 드물다"며 "강 내정자의 자본시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하나증권을 어떠한 변화로 이끌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밖에 이호성 하나은행 부행장은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추천됐다. 이호성 후보는 하나은행의 영남영업그룹, 중앙영업그룹을 거쳐 현재 영업그룹 총괄 부행장으로 재임 중이다.
이번에 추천된 관계사 CEO 후보들은 추후 각 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주주총회 등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각 CEO 후보들은 내년 3월부터 2년의 임기를 부여받는다. 적어도 함 회장의 임기(2025년 3월)까지 호흡을 맞추는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함 회장이 관계사 CEO를 대대적으로 교체한 배경에는 최근 금융지주사 CEO들이 교체되는 수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 회장은 지난 3월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돼 외풍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러나 신한금융, NH농협금융지주 등 굴지의 금융지주사 CEO들이 연임보다는 쇄신을 택하며 세대교체를 단행한 만큼 함 회장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추는 한편 그룹 내부적으로는 성과주의에 대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가장 선제적으로 계열사 CEO 인사를 실시해 연말 인사에 대한 잡음을 조기에 해소하고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어 이달 말 하나금융지주 인사에서는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 등이 보다 명확하게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주요 금융사 CEO도 대대적으로 교체되는 분위기"라며 "하나금융그룹도 이러한 세대교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