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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지주사 전환' 카드 꺼냈다...FI 마음 돌릴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09 17:22

지난달 FI 개별 접촉...‘지주사 전환’ 방향성 제시

대체투자 경쟁력 강화 ‘파빌리온자산운용’ 인수 추진



"지주사 전환시 기업가치 제고-엑시트 긍정적" VS

"지주사 전환과 풋옵션 의무 이행 별개" 비관론도

교보생명

▲교보생명.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그 속내에 관심이 모인다. 이미 보험업의 성장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신 회장은 자산운용사 인수 등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함과 동시에 FI의 분쟁에서도 일종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FI가 연일 신 회장에 풋옵션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가능해질 경우 신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원활하게 마무리하는 한편 교보생명의 지속가능 성장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교보생명, 파빌리온자산운용 인수 추진...FI 설득 작업 병행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이사회 의결을 거쳐 대체투자전문 자산운용사인 파빌리온자산운용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앞서 교보생명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지난 10월 대체투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회사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이후 교보생명의 인수 대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보생명이 파빌리온자산운용사 인수를 완료할 경우 기존에 보유 중인 교보악사자산운용(지분율 50%), 교보증권과 함께 금융투자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대체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하는데도 용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교보생명 측은 파빌리온자산운용 인수와 관련해 "향후 금융당국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자산운용사 인수로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FI들과 개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보생명 측은 "지주사 전환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2, 3년 전부터 추진하던 사안"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주요 투자자들과 만나 지주사 전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7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은 지분 2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교보생명은 현재 교보리얼코, 교보정보통신,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자산신탁 등 12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FI 측 관계자는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방향에 대한 개략적인 소프트카피를 받았다"며 "교보생명 측에 지주사 전환 이후 구체적인 지분율이나 지주사 구조, 법적문제 등을 담은 상세한 실무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 FI내에서도 의견 엇갈려..."지주사 전환시 엑시트 긍정적" VS "풋옵션 이행과 별개"


교보생명

▲교보생명 자회사 현황.(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의 일부 투자자들은 일단 지주사 전환 방향과 관련해 긍정적인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이 성사될 경우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기업가치 제고 등 다방면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제고는 곧 신 회장이 FI의 풋옵션 행사를 이행하는데도 긍정적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했다. 이후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신 회장에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주당 가격으로 40만9000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어피니티가 공정하지 않은 절차로 가격을 산정했다며 풋옵션 이행을 거부했다. 신 회장의 풋옵션 의무 이행과 엑시트를 원하는 FI 입장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거부할 만한 명분이 크지 않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 금융계열사나 다른 금융지주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야만 계열사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보다 민첩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풋옵션 분쟁에서 교보생명 측의 잘못이 크지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가운데 FI만 설득한다면 지주사 전환은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이라고 했다.

한편에서는 갈수록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교보생명이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운다고 해도 이것이 곧 기업가치 제고에 얼마나 긍정적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FI 측 관계자는 "신 회장의 풋옵션 의무 이행과 지주사 전환은 별개로 봐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지주사 전환이 아닌 신 회장의 풋옵션 의무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FI는 교보생명과의 풋옵션 분쟁 장기화, 혹은 지주사 전환을 통한 자금 회수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교보생명의 FI 설득 여부는 향후 지주사 전환 관련 당국의 인가를 받는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경영권 분쟁은 교보생명의 최대주주이자 향후 지주사 전환시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큰 신 회장에 상존해 있는 이슈"라며 "당국이 교보생명의 지주사를 인가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지주사 전환의 결정적인 흠결 사유가 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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