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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채권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장기 국고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가 꺾이면서 안정성이 높은 국고채에 투자수요가 몰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ETF’는 최근 한달 간 17.39% 급등했다.
해당 ETF는 국고채 30년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국내 채권 ETF 중 듀레이션(투자자금 평균회수기간)이 가장 길다. 연초 이후 개인 순매수가 551억원, 한달간 132억원이 몰릴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도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3.05%에 달한다. KODEX 국고채30년 액티브 ETF는 30년 만기로 발행된 국고채 중 잔존만기가 20년을 초과하는 국고채를 편입한다. 올해 8월 상장한 이후, 개인과 기관은 장내에서 4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키움자산운용의 ‘KOSEF 국고채10년레버리지’와 NH-Amundi(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KAP초장기국고채’도 각각 12.11%, 9.12%의 1개월 수익률을 내고 있다.
장기채 ETF는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가격 변동 폭이 더 큰데, 장기채 ETF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것은 금리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장기채의 경우 그간 급격한 금리 인상 탓에 가격 하락 폭이 컸던 만큼, 향후 금리 하락 국면에서 수익률이 훨씬 커질 수 있다.
실제 최근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하락하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21일 연 4.6%까지 올랐던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현재 3.5%까지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30년물 국고채 금리는 4.4%에서 3.5%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다소 안정적인 장기채 ETF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금리 하락기에는 채권 ETF 듀레이션의 길이가 수익의 크기와 직결되고 초장기채 채권 금리는 향후 경기 침체 가능성이 증가하면 하락하는 경향이 짙다"며 "현재 지속되는 글로벌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상의 끝은 결국 경기 침체라는 전망이 큰 만큼 듀레이션이 긴 초장기채 ETF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국채 ETF에 대한 개인 매수가 늘어난 것은 과거와 상당히 비교되는 모습"이라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 매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안정화가 진행 중인 만큼 시장 금리도 떨어지는 모습"이라며 "최근 국고채 금리가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며 레벨 부담을 형성하고 있어 관련 투자 매력도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신중론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플레이션 정점과 미국의 기준금리 속도조절로 시장금리 하락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