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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기' 왔다...금융권 한파로 퍼지는 자금시장 경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07 16:07

레고랜드發 자금시장 경색 파장, 눈물의 구조조정

증권가, 알짜 계열사 매각...계약직 연장 불가 통보



믿었던 은행도 '아슬아슬'...연말 퇴직대상 늘릴 듯

보험사, 단기차입 한도 확대...'유사시 유동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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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건)에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이 금융사들의 구조조정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업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여파에도 나름 견조한 실적을 냈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금시장 경색과 경기침체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증권, 보험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단기차입금을 확대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 계열사 매각·계약 연장 '불가' 통보...증권가 한파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구조조정의 한파가 무섭게 불고 있는 곳은 단연 증권사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한편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고, 계약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등 비용 절감을 본격화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현재 태국법인과 벤처캐피탈(VC) 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지분 전량(52%)을 매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 보는 다올인베스트먼트의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이다. 이 회사는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누적 순이익 1165억원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하는데 그쳤다. 상반기 순이익은 957억원으로 증권사 전환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그럼에도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내년에도 자금시장 경색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올투자증권 측은 "회사가 보유한 유동성이나 실적 측면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금시장 경색으로 내년에도 경제 상황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추가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실제 자기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 증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트레이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 등 계약직 직원들에게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대체로 대형사들은 계약 연장이 어렵지 않은데, 중소형사들은 최근 기업금융(IB), 트레이딩 부서 위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거나, 이직 당시 1년 계약직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직원들에게도 정규직 전환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 믿었던 은행마저...실물경기 둔화→ 자산건전성 악화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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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로 호황을 누리던 은행업도 연말을 앞두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이 둔화된 가운데 주택시장을 비롯한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자산건전성이 악화되고, 대손비용도 불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도 은행산업 환경변화 보고서에서 "대출금리 상승으로 상환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실물경기 둔화가 가계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개인사업자대출, 가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상당히 악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비대면 거래 증가로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께 실시하는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만 56세 직원, 전 직급 10년 이상 근무직원 가운데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했다. 신한·KB·하나·우리은행도 이달 말이나 내년 초께 희망퇴직을 접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자수익 증가 등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자금 여력이 있을 때 희망퇴직 대상자나 보상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올해 들어 주요 은행들이 상반기, 하반기 경력 및 신입직원 채용을 대폭 늘린 만큼 이에 비례해 희망퇴직을 접수하는 등 비용 효율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업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말은 옛말이 될 것"이라며 "이미 전세자금 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이 줄어들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조치도 언제 터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보험사, ‘마이너스 통장’ 단기차입 한도 확대

이밖에 보험사들도 유사시 신속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단기차입금 한도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단기차입 한도를 기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잔액 2000억원을 포함해 총 3조6000억원으로 늘렸다. 단기차입 한도는 작년 말 자기자본 대비 8.58%에 해당한다. 신한라이프도 단기차입 한도를 기존 1300억원을 포함해 1조4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뿐만 아니라 전 업계가 조달금리 상승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단기차입 한도를 확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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