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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치맥(치킨+맥주)’ 관련 주들이 월드컵 개막 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수 기대감으로 개막일까지 상당한 주가 상승이 있었지만, 근본적 악재인 물가 상승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반짝 이슈’에 기대는 테마주 투자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단, 롯데칠성의 주가는 제품 흥행에 따른 호실적으로 오름세를 띠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엔비의 주가는 전장 대비 500원(4.29%) 내린 1만11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닭고기 관련주 마니커와 하림도 각각 1.11%, 1.45% 내렸다. 이들은 각각 치킨 관련 대표 상장사로 꼽힌다. 맥주 관련 대표주 하이트진로도 300원(-1.15%) 내린 2만5700원, 제주맥주는 110원(-5.43%) 내린 1915원을 기록해 부진한 반면, 롯데칠성(+3.31%)은 홀로 상승했다.
치맥 관련주들은 올해 내내 ‘물가 상승’이라는 악재에 시달려 맥을 못 췄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배달 수요 둔화, 원자재 조달 비용 급등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국내 주식시장 대표 수혜주로서 특수 기대감이 모이기도 했다. 축구 경기들이 대부분 저녁 9시부터 심야시간대에 편성됐고, 중요한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면 치킨이나 맥주를 함께 즐기며 시청하는 국내 문화 특성상 상당한 매출 증가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촌에프엔비의 주가는 지난 10월 13일 올해 최저가(9290원)를 찍었으나, 월드컵 특수를 타고 이달 18일(1만2900원)까지 25% 넘게 치솟은 바 있다. 마니커·하림도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각각 18.2%, 6.3%가량 올랐으며, 하이트진로도 동기간 5.4% 상승했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하자마자 치맥 관련주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교촌에프엔비는 이달 21일 장중 최고치인 1만3600원까지 갔다가 곧장 하락해, 1만2850원으로 전날 종가를 밑돈 채 마감한 바 있다. 이후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동기간 마니커·하림·하이트진로 역시 한국-우루과이전 당일이던 23일 하루를 제외한 5거래일 모두 주가가 떨어졌다. 제주맥주는 21일 하루에만 20% 상승하고 23일까지 강세를 이어갔지만, 이후 3거래일 연속 급락했다.28일 역시 한국-가나전이 있었는데도 치맥주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업의 실제 가치와 무관하게 단기성 호재만을 맹신하고 투자하는 ‘테마주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매수·매도 타이밍을 정확히 알기란 불가능한 만큼, 급등락이 심한 테마주 투자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주가는 현실을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특정 호재가 시작되기 전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가 이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마자 매도세가 이어진 경향을 보였다"며 "테마주 투자 자체가 반짝 이슈에 휩쓸려 급등락을 거듭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칠성의 경우 다른 치맥주와 관계없이 지난 24일부터 3거래일간 약 1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컵 특수와 관계없이 제로 탄산음료 제품 매출이 올해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소주 신제품 ‘새로’도 큰 인기를 끌어 호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의 실적이 내년에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에 대해 매수의견과 목표주가 26만원을 유지한다"며 "상반기 이후 이익 모멘텀 둔화가 우려됐지만, 제로 탄산의 고성장세 지속 전망과 소주 신제품의 기대 이상의 매출로 음식료 업종 최선호주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