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라임 사태 관련 문책경고의 중징계에도 자회사 시너지 창출 등 주요 경영 현안 챙기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당장 금융당국의 중징계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결정하기보다는 연말 결산과 내년도 경영계획안 수립 등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손 회장이 사외이사들을 향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사진들 역시 손 회장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 손 회장 ‘결정’ 기다리는 사외이사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24일 자회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25일에는 정기이사회를 각각 개최했다. 자회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노성태 의장을 비롯한 7명의 사외이사들이 모두 속해있다. 자추위는 다음달 말 임기가 끝나는 자회사 CEO의 거취를 논의했다. 이어 사외이사들은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라임펀드 관련 제재 결과를 보고 받고, 향후 우리금융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질의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외이사들은 라임 관련 제재안을 보고받으면서도 손 회장의 거취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
25일에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정기이사회가 각각 열렸는데, 해당 자리에서는 라임 중징계와 관련해 특별한 논의는 없었다. 정기이사회에서는 내년도 사업계획안과 예산안을 보고받고, 이를 확정하는 등의 통상적인 수준에서 끝났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은 손 회장이 소송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는 거취 여부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손 회장이 사외이사진들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사외이사들도 손 회장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도 손 회장의 결정 시기에 대해 ‘급할 것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통상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12월 말에서 늦어도 1월 초께 꾸려지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 입장에서는 약 한 달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만일 손 회장이 DLF 사태와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을 상대로 중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결정할 경우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러한 결정을 모두 고려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확정한다.
우리금융 한 사외이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손 회장이 소송 여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까지는 거취에 대해 이사진 간에 아무런 논의도 없을 것"이라며 "(손 회장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사외이사들은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우리금융, 사상 첫 순이익 3조원 고지...주요 경영현안 ‘매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손 회장은 라임 사태 중징계와 관계없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비롯해 자회사 시너지 창출 등 주요 경영 현안에 매진하고 있다. 실제 손 회장은 최근 그룹 ‘디지털혁신위원회’에서 그룹사 주요 임원, 자회사 CEO 등 임직원들을 향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재창업한다는 각오로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손 회장이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우리금융은 올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조6617억원으로 작년 연간 순이익(2조5879억원)을 상회했다. 작년과 비교해도 순이익이 21%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3조123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이 올해 연간 순이익을 3조원대로 끌어올리는 한편, 금융당국의 중징계 조치에 대해서는 정면대응을 택할 경우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우리금융 이사회 입장에서는 손 회장이 재임 기간 세운 경영성과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금감원이 최근 700억원대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 대해 손 회장을 비롯한 우리은행 전현직 임원을 검사대상으로 하는 내용의 검사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리금융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당국 관련) 이슈와 별개로 지금은 경영 행보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횡령 사고 관련 제재수위나 법적 대응 여부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