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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증권사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의 실적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업계에서는 유동성에 대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증권사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2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2013년 이후 9년 만의 희망퇴직이다.
신입사원을 제외하되 근속연수 제한은 두지 않았다. 희망퇴직 신청자 가운데 입사 1년 미만은 월급여 6개월분, 1년 이상∼3년 미만은 9개월분, 3년 이상∼5년 이하는 12개월분, 5년 초과는 13∼18개월분을 보상한다. 1년 미만 입사자의 경우 경력 입사 후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들이 대상자다.
다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부(법인 상대 영업)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고 관련 사업을 중단했다. 해당 부서에 소속됐던 임직원 약 30명 가운데 일부는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잔류를 희망하는 직원은 유사 업무로 전환 배치할 계획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기업금융(IB) 부문의 감원을 검토 중이다. BNK증권도 IB 3개 부문을 2개 부문으로 줄이는 한편 줄어드는 인원은 은행 쪽으로 순환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비중이 높았던 증권사들은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권사 매입보증 혹은 신용보강을 조건으로 연말 만기를 앞둔 ABCP와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물량만 약 20조원 규모다.
다올투자증권도 부동산 PF 영업의 실적 비율이 높았다. 최근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의 PF ABCP 보증 규모는 4401억원이다. 증권사들이 출자한 제2채안펀드 한도 2000억원을 빌리더라도, 2401억원을 추가 조달해야한다. 다올투자증권은 희망가 1000억원 수준으로 태국 법인 매각도 진행 중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689억원의 PF ABCP 보증 규모를 가지고 있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부도나 매각설에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실체 없이 ‘설(說)’로만 떠돌던 증권가 M&A(인수·합병)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실제 메리츠자산운용 매각을 추진하면서 구체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고 내년까지도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M&A가 늘어날 수 있다"며 "만일 문제가 생긴다면 매각 카드를 먼저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인수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곳들 중 취지에 부합하는 곳이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그간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PF 규모를 늘려왔는데, 과거 부실로 부도가 이어졌던 저축은행 사태가 떠오른다"며 "위기를 감지한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연쇄적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