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균 포스코 저탄소공정연구소 수소환원제철연구그룹장. |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공통의 아젠다로 글로벌 연대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은 기존 고로 제철 공정에서 수소환원제철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기술개발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명균 포스코 저탄소공정연구소 수소환원제철연구그룹장은 지난 24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철강업의 탄소중립 달성의 열쇠로 수소환원제철을 꼽았다.
그러면서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을 통한 철강업의 탄소중립 달성의 Key는 경제적인 그린수소와 저탄소 전력 공급망 확보에 있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 범 국가적인 긴밀한 협력과 정책 및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신명균 그룹장과 일문일답이다.
▲포스코 저탄소공정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기술 연구개발(R&D) 현황에 대해 소개해달라.
철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 가스 중 약 60%는 철광석을 녹여 용선(쇳물)을 생산하는 ‘제선 공정’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저탄소공정연구소는 고로, FINEX 같은 기존의 제선 공정의 생산 효율을 높여 이산화탄소(CO2) 발생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화석 연료 대신 수소를 이용해 용선(쇳물)을 생산하기 위한 수소환원제철 신공정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선 공정 외에도 철강 생산 공정을 효율화 하기 위한 공정 설비 엔지니어링 관련 연구 등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저탄소공정연구소에는 약 150 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의 공정 과정을 고로와 비교해 설명해달라.
- 자연 상태의 철광석은 대부분 Fe2O3의 산화철 형태로 존재한다. 철광석에서 순수한 철(Fe)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산화철로부터 산소를 떼어낼 수 있는 ‘환원 가스’와 철광석을 환원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까지 가열하고 녹이기 위한 ‘열’이 필요하다.
고로 공정에서는 고로 하부에 열풍 (1000℃ 이상으로 가열 된 공기)을 불어 넣어 내부의 코크스와 반응시켜 2000℃ 이상의 일산화탄소를 발생시켜 환원 가스와 열을 동시에 생성한다. 고온의 일산화탄소가 상승하며 철광석을 환원 및 용융 시키고 자신은 산화철에서 떼어낸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돼 고로 밖으로 배출되게 된다.
수소환원제철은 제선 공정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화석 연료 대신 외부에서 가열된 수소를 환원 가스로 공급해 철광석을 환원시킨다. 수소를 이용해 철광석을 환원할 경우 산화철에서 분리된 산소와 수소가 결합해 물이 생성되므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 전기로가 아닌 수소환원제철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전기로에 사용할 수 있는 철원은 맥석 성분이 매우 적은 고품질의 철광석을 90% 이상 환원시킨 HBI 또는 고철 스크랩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무엇보다도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철강제품은 품질에 한계가 있어 포스코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고급강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CCUS 기술 또한 한국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이 불리해 현재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철강은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는 소재로서 미래에도 철강 수요량은 꾸준히 증가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고급강 수요 역시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장량이 풍부한 일반 철광석을 이용해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용선을 생산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이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는 지적이 있다.
-일산화탄소(CO)가스를 사용해 철광석을 환원시키는 반응은 발열반응이므로 환원이 진행 되어도 고로 내부의 온도가 환원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로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반면, 수소를 이용해 철광석을 환원시키는 반응은 흡열반응이므로 환원이 진행되면 반응기 내부 온도가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환원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열 공급이 필요하다.
포스코에서 개발 중인 HyREX 유동환원로는 다단의 반응기가 순차적으로 연결돼 있는 구조로서 반응기 사이 사이에 추가 열 공급이 용이하다. 열을 공급하는 방식으로서는 반응기에 약간의 산소를 투입해 수소를 연소시킴으로써 열을 발생하는 직접 가열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전기 에너지 등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열을 공급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환원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교하면 고로에 비해 약 20% 정도가 더 필요하다.
▲ 제품 가성비나 품질에 대한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
-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용선을 생산하더라도 이후 쇳물의 성분을 조정하는 제강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품질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또한 포스코는 연산 150만t과 200만t 규모의 FINEX 유동환원로 2기를 15년 이상 가동해 고로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20년 이상의 유동로 조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HyREX 설비를 상용화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수소와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 단가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생에너지 생산과 수소 경제 인프라가 완전히 구축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수소와 전력을 이용해 용선을 생산하는 방식에 많은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초기 기술 개발 정착을 위해서는 경제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시민 사회의 이해가 뒷받침 되는 시장 형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소 및 재생에너지 생산 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가격은 점차 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
▲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공통의 아젠다로 글로벌 연대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촉진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나 법안들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국내 산업계의 탄소중립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며, 기술적 뒷받침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은 기존 고로 제철 공정에서 수소환원제철로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기술개발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미 유럽연합(EU), 일본, 미국 등에서는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이니셔티브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중장기 대규모 기술 개발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탄소중립 핵심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의 투자 리스크 및 개발 난이도를 고려하여 범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며 국가 주도의 기술개발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완성을 위해 필수적인 재생에너지 등 그린 전력 확보에 대한 자본·정책적 지원 체계 강화로 설비 투자를 촉진하고, 합리적인 그린 전력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향후 그린 전력의 수요 증가 전망을 반영한 국가의 중장기 전력 운영 계획이 확정된다면 경영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EU CBAM, 미국 GSSA 등 선진국 중심으로 탄소 감축을 명분으로 한 新 무역장벽 등 ‘탄소중립’이 통상 이슈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러한 이슈는 통상의 관점만이 아닌, 기술 개발 및 그린 스틸 공급 계획 등 방법론 제시를 통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한-EU’, ‘한-미’간 ETS 상호 인정 및 경쟁국과 동등 수준의 협상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EU, 미국 등 주요국과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에 힘써 주기를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을 통한 철강업의 탄소중립 달성의 Key는 경제적인 그린수소와 저탄소 전력 공급망 확보에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 범 국가적인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진흥하기 위한 정책 및 법률적 지원이 잘 구축됐으면 한다.
■신명균 포스코 저탄소공정연구소 수소환원제철연구그룹장
◇약력 △1994년 서울대학교 금속재료공학 박사 △1993년 RIST 입사 △FINEX 파일럿 설비 연구 개발 △2001년 포스코 기술연구원 입사 △FINEX 유동로 데모 및 상업 설비 R&D 및 엔지니어링 수행 △FINEX 유동로 공정 성능 향상을 위한 다수의 연구 개발 프로젝트 수행 △2021년 저탄소공정연구그룹 그룹장 부임 △2022년 수소환원제철연구그룹 그룹장 연임 △HyREX 기술 개발 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