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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는 보이는데 안 올릴 수는 없고"...은행, 수신금리 인상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5 16:57

24일 기준금리 올랐지만 은행 수신금리 인상은 잠잠

한달전만 해도 경쟁적 인상…분위기 급반전



당국 "과도한 자금확보경쟁 자제" 요구

은행들 "수신금리 인상, 시장분위기 보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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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한국은행이 24일 기준금리를 높였으나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등 수신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만큼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높이는 데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은행들은 소폭이라도 수신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당장 인상 속도를 최대한 늦추면서 시장 분위기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존 연 3%에서 연 3.25%까지 0.25%포인트 높였으나,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보통 수신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 며칠 정도 시차를 두고 인상 영향을 반영했으나, 당국의 이자장사 비판이 거세지고 지난 8월부터 전월의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되자 최근에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과 동시에 수신금리를 경쟁적으로 높였다. 지난달 12일 한은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에도 은행들은 상품별로 기준금리 인상분보다 더 크게 수신금리를 높이면서 금리 인상 행렬을 이어갔다.

이같은 분위기가 약 한 달만에 바뀌게 된 것은 금융당국의 기조 변화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높이며 시중의 자금을 흡수하자 이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5일에도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업권간·업권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비판에 수신금리를 빠르게 높이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곧 수신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학습이 됐는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을 주저하면 비판의 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수신상품 금리를 보면 시장금리에 연동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며 "대부분의 수신금리는 조달 상황, 채권시장 상황 등을 모두 보고 확정금리로 적용하기에 기준금리 인상 분만큼 금리를 반드시 높여야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당국 기조에 따라 수신금리를 빠르게 높이면서 예대금리차를 줄여왔는데, 지금은 수신금리를 높일 수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아직 수신금리 인상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8월부터 시작한 예대금리차 공시에서는 후순위가 되지 않길 원했는데 이제는 수신금리 인상의 첫 주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강한 신호를 주고 있는 데도 수신금리를 먼저 높이면 당국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기 때문에 수신금리를 조금이라도 높일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은 은행들이 조심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신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이미 기준금리 인상분이 선반영된 부분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수신금리를 먼저 높일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수신금리 인상 여부를 아직 확정해서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금리는 최고 연 7%대를 유지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5.31∼7.17% 수준이다.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는 연 5.25∼7.38%, 신용대출 금리는 연 6.17∼7.48%로 나타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등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에 수신금리가 반영되기 때문에 수신금리 인상 폭과 속도가 늦춰지면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 인상 제어에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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