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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강남 덮친 역전세난?…내년까지 입주물량 1만1000가구 더 쏟아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4 16:11

하락하는 전세가격에 반전세 매물도 늘어



내년 강남구 신규 전세물량 급증



현 상황 이어진다면 ‘역전세난’ 계속될 것으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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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신규 입주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다니엘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대출금리가 높아져 일시적인 상황일 수도 있지만 (전세가격이)갑자기 너무 많이 떨어져서 초조합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더 하락하는 게 아닐까 우려됩니다."

24일 기자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만난 주민 A씨는 가파르게 하락하는 전세가격에 불안과 걱정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부동산 시장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인상 기조 또한 전세시장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내년 대규모 신규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집주인들의 한숨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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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사이로 보이는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사진=김다니엘 기자


◇ 강남구 전세물량 급증…6개월 전 대비 78% 증가

이를 반증하듯 강남구의 전세물량은 경기 침체 우려 및 금리 인상과 맞물려 급증하는 양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남구 아파트 전세물량은 775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6개월 전인 지난 5월24일(4347건)과 비교했을 때 약 78%가 증가한 수준이다.

이처럼 전세물량이 한꺼번에 늘어난 데는 금리 인상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이 임차인들의 불안감을 키웠고 이로 인해 전세보다는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부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급등한 금리로 인해 상향된 대출이자 또한 임차인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 때문에 임대인들이 임차인의 대출 이자를 대신 부담해주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계약 만료 전에 이사를 간다고 하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 급전세로 보증금을 내리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어 전세 물량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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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입주를 앞둔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가 마무리 공사에 한창이다. 사진=김다니엘 기자


◇ 강남구 2024년 1월까지 약 1만가구 입주 예정

업계에서는 전세시장 약세에 신규 입주물량까지 쏟아지다보니 강남구의 역전세난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입주물량이 증가하면 실거주가 어려운 집주인들이 집을 전세매물로 내놓고 이는 전세 가격 하락을 부채질한다.

아실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오는 2024년 1월까지 1년간 강남구에 예정된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은 총 1만1582가구다.

실제 3375가구 대단지로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 전용면적 102㎡의 전세 호가는 10억5000만원까지 나와있다. 이는 지난달 19일 14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맞은편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103㎡와 비교했을 때 3억5000만원이나 저렴한 가격이다.

개포2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잔금 마감기한은 내년 5월까지이기 때문에 높은 금리에 대출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차라리 낮은 가격에 전세를 내주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개포2동 또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강남구 신규입주 물량 증가는 기존 구축 아파트 전세가격에 분명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며 "경기 침체 및 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면 향후 시세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역전세난과 주택가격 변화의 시사점’ 연구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입주물량이 적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역전세난이 발생했다"면서 "향후 주택 공급이 크게 증가하면 역전세난으로 인근 주택가격 하락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매매가와 다르게 전세가는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최근 금리가 급등한데다 신규 입주물량까지 쏟아지는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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