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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부회장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연말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부회장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금융지주는 사장직을 올해 신설했다. 신한금융은 아직 부회장직 신설 여부를 확정 짓지는 않았지만, 내달 발표될 연말 조직개편과 인사에서 지금의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주 내 부회장직 신설을 두고 논의를 하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은 지주와 계열사 간 같은 사업부문을 묶은 사업부문제(매트릭스 조직)를 운영하고 있는데, 부회장직을 새로 신설해 사업별로 총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부문제 내에서도 글로벌·퇴직연금·자산관리(WM) 부문에서 부회장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신한금융은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의 부회장직 신설은 그동안 꾸준히 언급돼 왔다. 부회장직 신설은 차기 회장 후계자를 양성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데,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부회장직을 통해 경영승계 구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KB금융은 2020년 연말 조직개편에서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양종희 전 KB손해보험 대표를 선임했고,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허인 전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사실상 3인 부회장 체제로 차기 회장 후계자를 낙점지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16년 부회장직에 오르면서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에 이은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언급됐으며, 올해 3월 회장 자리에 올랐다.
신한금융 또한 부회장직을 새로 만든다면 사실상 차기 회장 후보군이 형성되는 만큼 경영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재 사업부문제 총괄은 지주의 부사장급, 은행 부행장급이 겸직을 하고 있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보다 직급이 낮아 권한에 일부 제약이 있었는데, 직급이 더 높은 부회장이 이를 총괄하게 되면 사업부문을 진두지휘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부회장을 계열사 CEO급으로 선임하는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후보로는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유력하다고 언급된다. 이들은 올해 임기가 만료돼 연임의 기로에 서 있다. 부회장직 신설에 따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과 함께, 연임을 한 후 지금처럼 겸직 체제로 사업부문 총괄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신한금융의 부회장직 신설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과거 신한사태를 겪으면서 지금의 지배구조를 구축한 데다, 금융지주 회장 아래 경영진의 권한이 강화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회장들의 경영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인 만큼 부회장에게 힘을 싣는 모습이 외부적으로는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이르면 다음 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발표할 예정인데 조용병 회장의 3연임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해 경영 연속성을 이어간다면, 후계 구도 구축 등으로 지배구조 안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달 발표될 연말 조직개편·인사에서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KB금융 또한 다음 달 연말 인사에서 추가 부회장 인사를 단행할 지 주목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임기가 내년 11월 만료되는 만큼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 계열사 중에서는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박정림 대표는 현재 3인의 부회장과 함께 KB금융의 4개 비즈니스 그룹 부문을 총괄하고 있어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