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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부진에 떠나는 개미...돌아올 날은 언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16 18:27

주식·코인 변동장세로 투자자 이탈 계속



'동학개미운동' 재래는 금리 인하, 경기 호전 신호 있어야



코인 시장 신뢰도 회복은 조속한 규제 마련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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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해 금리 인상이 계속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 특히 변동장에 예민한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며, 주식·가상화폐의 시세와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리 상승이 그치고 경기 침체 우려가 가라앉으며, 가상자산 규제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개인 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5864억원으로, 전년 동월(11조7538억원) 대비 35.45% 급감했다. 올해 코스피 최저점을 찍었던 9월(7조6956억원)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계속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기조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다. 미국의 고금리와 달러 강세 현상으로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갔고, 상대적으로 자산에 여유가 없는 개미들도 주식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 규모에서도 그 단면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투자자예탁금 평균액은 48조6190억원으로, 2020년 7월(47조7863억원) 이후 약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예치고 있는 자금으로, 올해 내내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서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주가가 계속해서 내린 반면, 고금리로 갚아야 할 대출 이자는 많아져 개인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속하는 주식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큰 폭으로 증가한 공매도 거래량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금융투자소득세도 개미들에게 주식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리 동결 및 인하가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끝나고 주요국의 재정 긴축이 종료돼야만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미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져 금리 인상 종료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기업들의 기대 실적이 상승세를 보이는 등 뚜렷한 경기 호전 징조가 나타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작년에 비해 개인 투자자가 많이 빠져나간 것처럼 보일 뿐, 역사적으로 봤을 때 주식 투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열기를 띠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자예탁금 월별 평균액의 경우 현재 40조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는데, 2015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는 줄곧 20조원대, 그 이전에는 10조원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2020년, 2021년과 같은 ‘동학 개미 운동’이 언제 돌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빠져나가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을 다시 붙잡을 만한 계기가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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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뜬 루나 차트(사진=연합)


또 다른 위험자산인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다. 한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금을 대체할 안전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올해 대규모 변동장세가 찾아오자 폭락을 피할 수 없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 1위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시세는 올 연초에만 5600만원대를 넘봤으나, 11개월이 지난 현재 22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70% 가까이 내렸다. 2위 이더리움 역시 연초 440만원대에서 현재 167만원대까지 급락했다. 거래대금도 급감했다. 업비트의 하루 총거래대금은 작년 11월 기준 24조3511억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2조원대로 약 10분의 1로 줄었다.

아직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제도와 규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지난 5월 루나-테라 사태, 이달 FTX 파산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더욱 바닥을 치고 있다. 바이낸스 등 주요 거래소가 준비금 증명 도입에 나섰으나, 거래소에 신뢰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업계에서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는 대로 가상자산이 언젠가는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지난 2018년, 2021년 두 번의 랠리와 폭락을 겪으면서도 시장이 존속되고 있고, 최근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을 완료하는 등 제도권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이 투자자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최소한의 규제는 만들어져야 하는데,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조금씩 관련 규제가 논의되고 있는 만큼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대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신뢰가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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