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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측 민병대가 사용한 포탄 이미지. 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조하니 기자] 한국산 무기가 미군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달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번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첫 사례라 러시아의 경제적 보복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롯데, 오리온, 팔도 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셈법이 복잡하다. 상대적으로 투자 금액이 많고 시장 점유율이 높아 국제사회의 ‘탈(脫) 러시아’ 행렬에 동참하지 못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사실상 휴업 상태지만 폐쇄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수입차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성적이 좋아 생산 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의 작년 러시아 판매는 23만여대에 이른다.
기아의 상황도 비슷하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러시아 관련 변동성이 커지고 시장 자체가 완전히 폐쇄될 수도 있다"며 "현지에 자동차를 공급할 수 없어 애프터서비스 사업만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지도가 높은 유통·식품 기업들도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와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 파이류 판매 비중이 높다. 롯데칠성 밀키스, 팔도 도시락 등도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오리온 러시아 법인은 작년 러시아 매출이 100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롯데제과의 작년 매출도 500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당장 현지에서 원재료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고 전해진다. 중국을 통한 우회 수입 등 대책도 마련해뒀다. 다만 러시아가 한국에 직접적인 보복을 가할 경우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제과의 경우 전쟁 시작 전인 올해 초 러시아 생산 라인 증축에 340억원 가량을 투자하기도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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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종 외에도 러시아 에 진출해 있는 호텔·화장품 업계도 현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모스크바 등 4개 도시에서 사업을 전개 중인 롯데호텔 측은 "현지 호텔들은 해외 고객이 아닌 내국인인 러시아 고객 위주로 운영돼 국제 환경에 따른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19년 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지 유통채널을 통해 이니스프리 등 일부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전체 해외법인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서구권 기업들은 러시아 사업을 과감히 철수하는 추세다. 미국 포드, 프랑스 르노, 일본 토요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판매를 포기했다. 의류 기업인 H&M, 가구를 파는 이케아, 외식 업체 KFC 등도 최근 러시아 철수를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한미간 비밀 무기 합의를 통해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게 갈 포탄을 미국에 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mm 포탄 10만발을 구매한 뒤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계획이라는 게 WSJ 측 주장이다. AP통신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155mm 포탄 10만발은 우크라이나 포병부대가 최소 수 주간 집중적인 전투를 치르기에 충분한 분량이라고 알려졌다.
한국 국방부는 이에 대해 최종 사용자가 미국이라는 조건을 달아 아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그대로라는 게 우리 군의 입장이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