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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고민···이재용·정의선 ‘지배구조 개편’ 칼 뽑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03 14:52

삼성그룹 전자 영향력 강화 숙제...전문경영인 체제 준비도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고리 해소·지분 증여 동시에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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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지 여부에 재계 관심이 쏠린다. 3세 경영인인 두 사람 모두 그룹 내 리더십은 확고하게 다졌지만 지분구조상 지배력이 완벽하지 않다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오너 일가는 삼성물산을 구심점 삼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해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는 총수 일가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직접적으로 지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63%에 불과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사법리스크’도 존재한다.

심지어 국회에서 소위 ‘삼성생명법’이 추진되는 ‘입법리스크’까지 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규제하고 있다. 이 3%의 기준이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장가격으로 바꾸는 게 개정안의 요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승진한 만큼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가 직접 ‘뉴삼성’의 핵심 가치로 투명한 지배구조를 약속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보험업법 개정에 대응하는 시나리오, 삼성물산을 분할해 사업과 금융 지주회사 역할을 각각 맡게 하는 방법 등이 시장에서 거론된다.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가 많아 정상적인 지주사 설립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투자자들 입장에서 지나치게 과격한 변화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이 회장이 향후 사법·입법 관련 변수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 등은 변수로 꼽힌다.

정 회장의 속내는 이 회장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기틀이 잡혀 있는 삼성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주요 대기업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게 가장 큰 고리다.

주력 계열사 지분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부분 들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정 회장의 경우 핵심 계열사 현대차를 지배하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0.32%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현대차 지분율도 2.62%에 불과하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계열사는 현대글로비스(20%), 현대엔지니어링(11.7%), 현대오토에버(7.33%) 등이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편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항상 구심점 역할을 해온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3일 종가 기준 6조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지난 2018년 시도했다 접었던 ‘정공법’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존속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두고, 사업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총수 일가가 마련한 자금으로 순환출자의 한 고리를 과감하게 끊겠다는 전략이었다. 양도세 등 각종 세금만 1조원 넘게 내는 방법이었지만 시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다만 경영 환경이 많이 달라진 만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 등을 조절하면 충분히 추진할 여력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자회사를 분할·설립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작은 발걸음을 떼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 규모가 커질수록 주력사 지분 증여나 상속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4세 경영으로 이어지는 구도까지 생각하며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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