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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뉴삼성’ 구축···대형 M&A 윤곽 나오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31 14:25

회장 취임 전후 임직원 만나고 ‘해외 현장 경영’ 광폭행보



손정희와 ARM 인수 협상···수십조원대 ‘빅딜’ 속도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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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지난 28일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 지역에 있는 협력사 ‘디케이’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뉴삼성’ 구축을 본격화하자 시장에서는 ‘대형 인수합병(M&A)’ 윤곽이 조만간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매물들의 몸값이 낮아진 상황이라 이 회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 업황이 나빠지고 있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도 커져 ‘빅딜’을 통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125조원에 이른다. 다른 기업을 인수한 것은 지난 2016년 9억4000억원에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품은 게 사실상 마지막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영실적 발표회 자리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CES 2022‘ 행사장에서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고 상당히 많이 보고 있다"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고 언급했다.

M&A 대상은 해외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의미 있는 규모’ 후보군 자체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몸값이 높은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120조원대다.

업계에서는 그간 많은 후보군들이 거론돼왔다.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나 로봇, 인공지능(AI) 등 분야가 대부분이다.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등이 대표적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곳들이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대란’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데다 해당 기업들의 몸값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로봇 역시 M&A보다 자체 역량을 키우는 데 낫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팀’ 몸집을 키웠다.

재계 눈길은 M&A의 최종 결정권자인 이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특히 그가 회장 취임 전후로 동분서주하며 다양한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주요 사업장을 돌며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중남미와 유럽 등 해외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연내 베트남, 미국 등 해외를 연이어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회장은 지난달 한국을 찾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인수 가능성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시장에서는 반독점이슈 탓에 삼성이 ARM을 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분투자나 컨소시엄을 통한 인수의 경우에는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회장이 ‘뉴삼성’ 의지를 다지면서 M&A 관련 힌트를 남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회장은 삼성 창립기념일(11월1일) 자신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회장 취임이 결정된 지난 27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며 "제가 그 앞에 서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 최고경영자(CEO)는 안정을 택하겠지만 총수는 모험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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